내 안에 존재하는 어두움이 예술이 되다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2024.07.09 10:17:42 10면

뭉크가 직접 채색한, 세계에서 단 두 점 뿐인 '절규' 공개
'마돈나', '키스', '달빛 속 사이프러스'등 대표작과 일생, 예술세계 조망
9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요동치는 풍경,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난간, 극도로 과장되게 기울어진 거리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경악하는 남자.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20세기의 상징과 같은 작품이 됐다.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상황 앞에 인간의 불안, 고통, 공포를 나타낸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에드바르 뭉크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이 열리고 있다. 대표작 ‘절규’를 넘어 예술적 공헌을 살펴본다.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을 포함해 미국, 멕시코, 스위스 등 전 세계 23개 소장처의 14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며 석판화 위에 뭉크가 직접 채색한 전 세계 단 2점뿐인 ‘절규’를 볼 수 있다.

 

 

전시는 ‘크리스티아니아에서의 초년’, ‘프랑스에서의 시절’을 거쳐 ‘말년과 뭉크의 자화상’까지 그의 예술세계를 14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독특한 화풍과 표면을 긁어내는 표현기법, 매체나 기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탈전통적 방식 등 뭉크의 모더니즘 경향을 볼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표현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유럽 표현주의의 선구주자다. 형태, 재료, 색상에 있어 관행을 거부해왔고 판화에 매기는 넘버 조차 기존의 질서를 거부했다.

 

그의 예술세계는 다양한 감정들의 원형을 아우른다. 사랑, 생명의 원천, 매력, 키스, 결합, 이별, 절망, 울음, 노년, 죽음 등 생명의 순환을 ‘생의 프리즈’라는 평생에 걸친 핵심 프로젝트로 나타낸다. 초년시절엔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렸으며 1899년엔 ‘그물을 고치는 남자’에서 풍경과 사람을 겹쳐 외로움, 우울 같은 감정 상태를 표현했다.

 

 

1889년부터 1892년까지 프랑스에 머물면서 센 강, 니스의 화려한 지중해 풍경을 다루며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회화 기법을 연마했다. 대표작 ‘생클루의 밤’, ‘키스’, ‘달빛 속 사이프러스’등을 통해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그림을 남겼고,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인한 우울과 슬픔, 실의를 표현했다.

 

특히 뭉크는 어렸을 때부터 결핵으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 누이 소피에의 죽음으로 상실과 공포의 감정을 느꼈는데, 이런 어두운 분위기는 그의 작품 전반을 지배한다. 흑백의 색채와 가늘고 긴 선, 석판에 긁는 표현 등이 대표적이다. 뱀파이어, 겨울 풍경, 벌목지 등 소재도 다양하다.

 

 

1890년대 중반 제작된 ‘마돈나’는 뭉크가 천착해왔던 여성상에 대한 결과물이다. 뭉크는 ‘치명적인 여성’과 ‘연약한 여성’을 탐구했는데, 이 둘을 결합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시킨다.

 

이런 실험으로 탄생한 ‘마돈나’는 절대적 가치의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음산한 색감과 강렬한 터치로 재해석해 전통적 여성에 대한 감수성을 섹슈얼리티와 죽음으로 재해석했다. 또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수척한 태아의 모습과 남성의 정자에 둘러싸인 테두리는 마치 19세기 착취당해 쇠약한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듯하다.

 

1944년 사망할 때까지 60여 년간 활발히 활동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수많은 작품을 남긴 뭉크는 표현주의의 대가로 남게 됐다. 나치 독일에 의해 퇴폐 미술로 낙인찍혀 작품을 압수당하기도 한 뭉크는 모더니스트로서, 혁신가로서 남아있다.

 

뭉크의 생애와 예술세계, 그가 구축한 현대미술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9월 19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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