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이끈 ‘아침이슬’ 김민기 별세…“할 만큼 다 했다”

2024.07.23 13:46:13

위암 투병 중 악화…향년 73세
1970년 '아침이슬' 저항정신 상징
1991년 학전 개관 뒤 김광석, 설경구 황정민 등 스타 배출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하며 예술인을 배출해온 가수 김민기 씨가 위암 투병 끝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고인은 19일부터 지병이던 위암이 악화돼 20일 오전 응급실을 찾았고 다음 날인 21일 오전 8시 26분에 별세했다.

 

고인은 운영 중이던 학전과 관련해 “지금 끝내는 게 맞다. 나는 할 만큼 다 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김민기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경기중·고등학교를 나왔다. 학창시절 미술에 몰두하고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이후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교 1학년, 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하고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대학생들의 입으로 전해졌고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저항정신을 되새겼다.

 

1971년 발표한 데뷔 음반 ‘김민기’는 출판 직후 압수당했고,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그의 노래들은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연극에도 활발히 참여해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와 마당극 ‘아구’ 제작에도 참여했다.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뒤로는 공연을 연출하며 스타들을 배출했다. 김광석, 권진원, 나윤선, 윤도현, 정재일 등이 학전을 거쳐 갔으며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배출하기도 했다.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2023년까지 8000회 이상 공연을 올리며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한국 뮤지컬 역사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아있다.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뮤지컬 ‘의형제’(2000), ‘개똥이’(2006),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연출하며 대학로 공연 문화를 이끌었다.

 

학전은 올해 3월 15일 개관 33년만에 문을 닫았고, 고인은 학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좀 더 열심히, 더 많이 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전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4일이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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