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천재 남정국, 사후 46년...유고시집 ‘불을 느낀다’ 발간

2024.07.23 14:27:31

23일 오후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
노혜경 시인 "갓 스무 살이 채 안 된 시인이 펼친 시어와 울림에 감탄"

 

문학청년 남정국의 시집 ‘불을 느낀다’가 엠엔북스를 통해 출간됐다. 그 천재성을 안따까워한 지인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문장을 이제 한권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청년 남정국은 1978년 만 스무 살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46년이 지나 그는 시인으로 돌아왔다. 천재의 짧은 생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으며, 그의 시편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살아있다.

 

남정국의 시들은 나이와 연륜을 뛰어넘어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직설적이면서도 탁월한 은유로 시적 긴장감과 깊이를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랑과 서정적인 주제부터 시대적 고통과 존재적 갈등까지 다양한 주제를 시로 풀어낸 그의 작품들은 현대 중견 시인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형도 시인을 발굴한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기형도보다 젊은 나이에 치명적인 면모를 보여준 남정국의 시는 문학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시들을 분석한 백학기 시인은 “갓 스무 살이 채 안 된 시인이 이러한 시어와 울림을 구사할 수 있을까 찬탄이 흘러나온다”며 그를 천재 시인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노혜경 시인은 “질풍노도 시대를 함께 헤쳐오던 도중에 사라진 그를 46년의 시간 뒤에 다시 만난다”며 그의 요절과 미완의 천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고시집 ‘불을 느낀다’

 

‘불을 느낀다’는 1978년 11월 4일 경기도 대성리 북한강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남정국의 작품을 모은 시집이다. 시집에는 27편의 시와 함께 일기, 초고, 메모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고통을 통해 별에 이르는 시인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작품은 반세기 전에 쓰였지만 현대적 정신을 담고 있어 더욱 놀랍다.

 

시집에 담긴 시편들은 지금의 세상과 삶을 다루는 것처럼 리얼하고 생생하다. 시인은 헐벗고 굶주린 시대의 거울에 비춘 자신의 목마른 영혼을 적나라하게 빈 생의 원고지에 채워나갔다. 시 제목이 된 ‘불을 느낀다’는 시인의 생애를 함축적으로 연상시키며 시인의 개성과 철학이 담겨 있다.

 

중고교 시절에 쓴 시편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사랑 타령’ 등은 성숙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시 뒤에 이어지는 초고와 메모는 시인의 시상과 시가 되기 이전의 생각들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어 그의 문학적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집을 통해 고 남정국 시인의 삶과 시문학을 느낄 수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낯설음’과 ‘생생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감성을 전달한다. 시인의 한 생애가 문 뒤로 닫히고, 그의 생애를 관통한 시집이 남았다.

 

[ 경기신문 = 김정기 기자 ]

김정기 기자 papago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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