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 덜어냈으니 채울 시간입니다.

2024.07.25 06:00:00 13면

 

2020년 6월, 저의 첫 칼럼이 경기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사회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로서, 제 생각을 기고 할 수 있는 지면이 생겨서 무척이나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꺼이 지면을 내어주었던 경기신문에도 진심으로 감사했었습니다.

 

오늘로써 만 4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칼럼을 썼습니다. 글이 활자화 되는 순간 그 글은 영원히 박제가 됩니다. 저는 항상 이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제 글이 신문에 실리는 일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저보다 못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서 경기신문을 만났고, 하찮은 잡글을 썼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처음 만난 분들이 경기신문에서 제 글을 읽어보았다고 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그 민망함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성 싶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가장 송구스러운 점은 잠깐이라도 제 글에 눈길을 주셨던 독자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지나 않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적 삶의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던 분들이 제 글로 인해 언짢으셨던 일이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도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치고 올라오는 민감한 문제들, 예를 들면 정치 이슈나 중요한 사회 문제 등이 있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절제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글로 인해 저와 제 주변이 소란스러워 지는 일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글을 제대로 쓰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글을 쓰는 일은 무의미해 졌습니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소설책이며 학술서적, 동화책까지 마구잡이식의 글쓰기를 이제는 쉬어 보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아는 것도 없고 살면서 경험했던 일들도 별 일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좋은 책과 훌륭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그리하여 다른 어떤 시간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글다운 글을 써 볼 수 있기를 기약해 봅니다. 지나치면서도 눈길을 주셨던 독자분들과 소중한 지면을 기꺼이 내어 주신 경기신문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더 퇴연(退然)하게 살겠습니다.이미지 위젯

임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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