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뉴스읽기] 오래된 새로운 친구, 베트남

2024.07.25 06:00:00 13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향년 80세로 지난 19일 별세했다. 그는 2011년에 당 서기장에 올라 2016년과 2021년 연거푸 연임을 하며 13년간 공산당 총서기장으로 있었다. 국영기업이 구심체가 되어 경제발전을 견인하도록 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Socialist-oriented market economy)’라는 개념을 주창하며, 그는 베트남을 제조업 강국으로 이끌었다.

 

베트남의 국가권력은 권력서열 1위부터 4위까지인 당 서기장, 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지도체제이다. 쫑 서기장은 최근 수년간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공산당과 정부의 간부와 기업인 수천 명을 구속했다. 재임 동안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주석과 총리, 국회의장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현재 서기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또 람 국가주석이 유력한 후계자로 보이지만, 탈중국을 위해 베트남 진출을 도모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이 잠재적으로 매우 불확실한 지도부 교체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우려하는 모양새다.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던 미군이 1973년 휴전협정에 조인하고 철수하자 북베트남은 바로 공격을 재개하여 남베트남 정부를 함락시켰다. 결국 1976년 7월 2일에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우리와의 외교관계는 단절되었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동서 간 진영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우리 정부도 새로운 시장과 수출 활성화를 모색했으며, 기업들은 베트남과도 교류하기 시작했다. 두 나라 간 정식 수교는 1992년 12월 22일 맺어졌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국가권력 3위 팜 민 찐 총리는 우리나라 그룹 총수들과 회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는 개별면담을 갖고 베트남 내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 확대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에게는 자동차 전문 인재를 키울 교육프로그램과 새로운 기술에 집중 투자해 줄 것을 요청했고,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에게는 스마트 도시개발 및 관광분야에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조현준 효성회장과는 바이오 부탄다이올, 탄소섬유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찐 총리는 베트남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6%에 육박한다며, 미국과 중국 등 큰 시장들이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중인만큼 적극 투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각종 정책과 규제를 개선하고 있으며, 교육, 교통, 디지털 등 인프라를 개선해 장기적으로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에 초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 스타레이크를 조성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정도 크기인 이 곳에 베트남 중앙부처 11개를 비롯하여 주요 기업들을 유치했으며,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가 그대로 구현된 스타레이크 시티 아파트 분양을 성황리에 진행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베트남 정부와 협력하여 박닌성에 동남신도시 개발사업 수주를 추진 중인데, 우리나라 판교신도시와 비슷한 규모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민관합동지원단은 지난 15일 베트남을 방문하여 베트남의 도시 개발과 고속도로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 베트남 수교 30년이 지난 현재,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3대 무역국이 되었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이주한 외국인 중 베트남 출신은 중국 다음으로 그 수가 많다. 이런 관계 속에 있는 베트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가?

 

하노이 응우옌짜이대학교 대외담당 총장인 안경환 교수가 쓴 '오늘의 베트남'(2024)에서 안 교수는 베트남을 ‘오래됐지만 새로운 친구’라고 이름 붙였다. 근면하고 성실하며, 인내심이 강하고 친절하고 용감한 베트남 사람들. 그들은 5000여 년 역사에 끊임없는 외침이 있었으나 이를 물리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유교문화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등 우리와 많이 닮은 이웃이다.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은 1986년 12월 제6차 전국대표자회의에서 도이머이(새롭게 바꾼다는 뜻) 개혁 개방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1990년에 회사법이 제정되어 국영기업의 민영화 사업이 시작되었고, 민간기업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은 1995년 ASEAN, 1998년 APEC, 2007년 WTO에 차례로 가입하면서 실리적이고 능동적인 경제외교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파른 성장을 이어온 베트남이지만, 서민들이 사는 동네의 가게 입구 천정에는 주렁주렁 줄줄이 사탕처럼 1회용 샴푸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샴푸 한 통을 사서 집에 두고 쓰는 것이 힘든 서민들의 삶의 흔적이다. 눈부신 경제발전에도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는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베트남은 커피 수출국 세계 2위가 되었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채 토지를 커피농장으로 몰수당하다시피한 서민들의 삶 또한 ‘새로운’ 친구로서의 베트남의 한 모습일 것이다.

심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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