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창] 한국교육! 능력주의의 늪에서 탈출하라

2024.08.05 06:00:00 13면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1958년 '능력주의의 등장'을 발간한 이후 능력주의가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어떠한가?

 

능력주의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가문과 혈통에 의한 세습주의를 부정하고 인종, 성별 등에 의한 차별은 금지된다. 무상으로 의무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을 통해 능력이 키워진다. 경쟁으로 사회성취가 이루어지므로 능력주의는 공정의 가치가 되었다. 부와 명예는 개인의 능력과 근면의 결과이고 가난은 무능과 게으름의 결과로 이해됐다.

 

산업화 시기에 능력주의는 고도 경제성장의 초석이 되었다. 조선시대 과거제도를 통해 관리를 등용하던 전통으로 능력주의는 고시제도 등 각종 시험제도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공개경쟁으로 능력에 따른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이 가능해졌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실재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의 발전이 부의 편재를 초래하고 경제적 격차가 심해지면서 ‘금수저 흑수저’ 논쟁이 회자 되었다.

 

1994년부터 시행되어 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입학 선발제도에 초점을 둘 뿐이다. 능력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들의 성적을 서열화하여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4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합격자중 서울지역 출신은 35.4%(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3구는 12.5%), 수도권 전체는 64.6%이다. SKY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입학생 중 서울지역 비중은 32.0%이다. 또 2024년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중 SKY대학 출신이 90.8%이다. 이처럼 학력은 서열화하고 세습화되어 학벌사회가 구축되었다. 경쟁은 공정하다고 하는 이데올로기는 능력주의를 합리화하고 학력과 부를 세습하게 되었다(김누리,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2024).

 

신분제 사회를 타파하기 위하여 능력주의가 도입되었으나, 학벌사회가 새로운 신분제 사회를 만들게 되었다. 능력주의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상류층은 “내가 잘나서 성공했다”라며 오만해지고, 소외층은 “내가 못나서 실패했다”라며 모멸감을 갖는다. 사회적 신뢰는 약화되고 공동체 가치는 상실하게 되었다. 방송극 스카이캐슬(2018) 금수저(2022), 영화 기생충(2019) 오징어 게임(2021) 등은 능력주의 학벌사회의 실상을 고발한다.

 

더 이상 능력주의가 우리 사회의 지배이념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능력주의 교육은 경쟁교육을 버리고 공공선(公共善)을 회복하여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말한 바와 같이, 개인의 품격있는 삶, 공동체를 위한 일의 가치, 사회에 대한 기여를 기준으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Tyranny of Merit, 2021). 능력주의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품격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이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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