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들끓는 폭염, 2.5평 방에 갇힌 쪽방촌 주민들

2024.08.06 10:53:32 7면

폭염경보, 수원 쪽방촌 내 40도 웃돌아
선풍기 한 대로 밤 지새우는 쪽방촌 주민들
詩, 주거취약계층 대상 폭염예방 지원책 無
전문가들, "폭염 전에 선제적으로 지원해야"

 

6일 수원시 남수동 쪽방촌은 마치 거대한 찜통 같았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이날, 기온은 38도에 육박했고, 쪽방 안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어섰다. 10㎡ 남짓한 좁은 공간에 1명씩 살고 있는 주민들은 밤낮없이 끓는 냄비 속에 갇힌 듯 괴로워했다. 시에는 올해 4번의 폭염주의보와 2번의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89세의 홍순자 씨는 "장판 밑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에 매트를 깔아도 밤마다 잠을 설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밤을 지새워야 했다. 밤이 되면 지열이 더욱 심해져 잠 못 이루는 주민들은 인근 공원 벤치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낮에는 견딜 수 없는 더위에 문을 열어놓고 지내지만, 밤에는 지열 때문에 잠을 설쳐 문밖 간이 의자에 앉아 졸기도 한다는 홍 씨의 말에서 절망감이 느껴졌다.

 

 

64세의 윤도호 씨는 "샤워를 몇 번이나 했는데도 너무 덥다"며 "레버를 찬물로 돌려도 미지근한 물만 나와 오랫동안 틀어놓고 있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친 다리는 더위 때문에 곪아가고 있었지만, 씻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쪽방촌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마련된 무더위쉼터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외부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는 안내가 붙어있었지만, 관리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민들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어 갈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시는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에 529개소의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시간 등을 강제할 수 없어 원활한 운영을 '요청'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주거취약계층 온열질환 예방에 대한 지원은 현재 구청과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뾰족한 지원책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거주인원이 자주 바뀌는 탓에 지급한 물품을 관리하기도 어렵다.

 

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작년에 각 세대에 선풍기를 1대씩 지원했지만, 거주민이 이사갈 때 선풍기를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매년 지원할 수 없다"며 "올해는 따로 지원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 차원에서는 폭염 피해 사례 발생 시 신속한 보고체계를 확립하고, 취약노인 보호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쪽방촌 주민들은 여전히 폭염 속에서 고립돼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도 자연재해로 분류될 수 있는 만큼,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선제적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더위쉼터가 지역마다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냉방용품 지원 등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폭염 전에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

이보현 기자 lbh7264@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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