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지배주주 중심 경영에 칼 빼들었다...두산·SK 등에 경고

2024.08.08 14:20:39 5면

합병 비율 두고 소액주주 불만 가중
“지배주주 이익 우선하는 관행 개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 행태를 보이는 기업들에게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특히 최근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두산과 SK 계열사의 합병 비율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이 원장은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구조개편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등 다양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정정(공시) 요구를 하겠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자 당국 내에서 합의가 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는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과의 합병 비율을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대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로 해석된다. 최근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대주주 친화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두산의 합병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고, 두산로보틱스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SK E&S와의 합병 건에 대해서도 "발행주식 수를 반영한 합병 비율을 1 대 1.2로 매긴 것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 행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밸류업 자율 공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기업처럼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소액주주와 소통하고 회사 가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좀비기업 퇴출 문제와 관련해 "상장 제도 업사이드만 이용하고 책임은 적은 곳들을 유지시키는 게 맞는지 고민"이라며 시장 경쟁력을 저해하는 기업에 대한 정리 작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개인이 직접 투자하면 20%의 세율을 부담하는데, 펀드에 담아 투자할 경우 사실상 50% 내외의 세율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며 "정부가 권유하는 장기 간접 투자와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 대해 이 원장은 "수급이나 심리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주문 취소 사태에 대해서는 "원인 규명 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자율 조정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ETF 불건전 판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현장 점검은 해야 할 거 같고 검사로 이어지진 못했다"며 "계열사 간 거래는 주식시장 전체 사이즈 중 규모가 작아 너무 걱정스럽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mo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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