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동시대 미술의 현장…경기도미술관 ‘사라졌다 나타나는’

2024.08.11 08:05:22 10면

2년마다 개최되는 경기도미술관의 ‘동시대성’ 조망하는 기획전
최지목, 강수빈, 그레이코드·지인, 권현빈, 이혜인, 장서영 6개 팀 32작품 전시
"불확실함 속에서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루프 양자 중력 이론에서 ‘플랑크의 별’은 거대했던 별이 블랙홀로 응축해 입자 크기로 작아진 별을 일컫는다. 에너지의 응축으로 한계치에 도달한 별은 이내 폭발해 새로운 별들로 탄생하게 된다. 2024 동시대 미술에서도 이런 ‘플랑크의 별’처럼 집약적 에너지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작품들이 있다. 도약의 가능성과 생성과 소멸의 동시성을 가진 작품들이다.

 

경기도 안산의 경기도미술관에서 2024 동시대 미술의 현 주소를 나타내는 전시 ‘사라졌다 나타나는’이 개최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이 2년마다 한 번씩 현대예술의 ‘동시대성’을 조망하는 기획전이다. 최지목, 강수빈, 그레이코드·지인, 권현빈, 이혜인, 장서영 6개 팀의 낯섦과 새로움의 도약의 순간을 담아낸 작품 32점을 선보인다.

 

 

최지목 작가는 태양을 바라보는 사실적 경험을 작품에 담아낸다. ‘나의 태양’, ‘태양 그림자’ 시리즈엔 시각예술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빛과 빛의 감각에 대해 서술한다. 눈이 부시게 흰 색으로 보이는 태양 주위 여러 색의 동심원들은 실제 태양을 바라볼 때의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빛의 잔상은 찰나의 현상을 기록한 것이며 생성과 소멸의 섭리를 함축한다.

 

강수빈 작가는 거울 매체를 활용해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다차원적으로 만든다. ‘Untitled(curve)’, ‘매일의 가장 자리 가운데’ 에서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인지하는 것과 실재의 차이에 대해 질문하며 불확실성에 대해 말한다. 거울은 그림자를 만들며 새로운 상을 만들어내고 안료를 긁은 거울엔 투과된 뒷 배경이 보인다. 거울 속 개체는 사라졌다 나타난다.

 

 

그레이코드·지인은 미술관 안에 거대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대표작 ‘파이퍼’에서는 걷는 걸음, 말하는 음성을 모아 화면에 주파수로 변환해 살아 숨 쉬는 미술관을 만든다. 소리라는 매체와 현상 자체의 특성과 층위를 탐구하는 작가들이 예술적 시청각 경험을 제공해 절대적 현재성을 부여한다. 미술관이 얼마나 많은 소리들로 이뤄졌는지 느낄 수 있다.

 

권현빈 작가는 석회석을 통해 공간의 연결성에 대해 얘기한다. ‘물루’는 여러 층위로 쌓은 석회석을 찢고 채색해 원래의 기능이 무엇이었는지 역설적으로 떠오르게 한다. 미술관의 벽면을 이루거나 설치 작품의 일부였던 조각들은 하나의 파편으로서 눈앞에 펼쳐진다. 파편 앞에서 관람객은 어디서 왔는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혜인 작가는 무의식과 초현실의 세계를 강렬한 색채를 통해 구현한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기도하는 남자, 새로운 곳을 탐험하기 위해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남자 등 작가의 경험은 새로운 감각이 덧입혀져 강렬한 회화로 나타난다. ‘코어메모리’(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개념. 삶의 주요한 경험 등을 말하며 인물의 성향, 태도에 영항을 미친다)의 실현이다.

 

 

장서영 작가는 삶과 죽음의 과정에서 유한한 존재에 주목한다. 2년 전 모습은 현재와 다르고, 2년 후 모습도 현재와 다르다. 이런 유한하고 한계성을 갖는 인간의 현재를 포착하고자 ‘서클’과 같은 영상을 통해 기록하고 연구한다. 육체, 삶, 제도, 신체 등 삶의 순환을 돌아보게 한다. 점점 흰색으로 변하는 불투명한 궤도가 삶을 은유하게 한다.

 

8일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기획한 김선영 학예연구사는 “순환하는 삶 속에서 계속해서 사라졌다 타나나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전시장 안에서 같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관람객들도 작품을 통해서 불확실함 속에서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플랑크의 별’처럼 불완전한 순간 속에서 움트는 창조의 순간과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 그 동시성을 포착해보는 이번 2024 동시대 미술의 현장은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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