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도 여전히 무더운 여름, 가을을 이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폭염의 기세가 여전하다. 시원한 가을을 기다리며 잠깐이라도 무더위를 식혀줄 연극과 뮤지컬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로 인생의 깊이를 한 층 더해줄 5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 가상의 현실에서 펼쳐지는 모험 '부치하난'
장용민 작가의 소설 ‘부치하난의 우물’을 원작으로, 가상의 현실인 파라다이스와 전설 속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을 그린 이야기다. 드넓은 사막의 마지막 우물을 지키는 전사 ‘부치하난’의 전설에 대해 듣게 된 현실의 청년 ‘누리’가 ‘부치하난’이 사랑한 ‘올라’의 발자취를 찾아 헤매던 중 현실의 소녀 ‘태경’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치하난'의 전설을 듣게 된 청년 '누리'의 여정에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전개와 순수하고 신비한 인물들로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또 등장인물이 1인 2역을 맡아 극의 밀도를 높였다.
‘누리’와 ‘부치하난’역엔 정택운, 유영자, 노윤이 출연하며 ‘태경’과 ‘올라’역엔 임예진, 지수연, 이재림이 캐스팅됐다.
뮤지컬 ‘부치하난’은 14세 이상 관람가며, 9월 17일부터 11월 1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 우리 사회 만연한 폭력의 원인을 밝히는 '킬롤로지'
연극 ‘킬롤로지’는 ‘연극열전10’의 세 번째 작품으로,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Gary Owen)의 대표작이다.
가장 창의적인 방법으로 살인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Killology)’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된 소년 ‘데이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알란’,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한 게임 개발자 ‘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7년 영국 초연 당시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큰 형식으로 반향을 일으켰고,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Laurence Olivier Award)’ 협력극장 작품상, ‘웨일스 시어터 어워드(Wales Theatre Awards)’ 극작상과 최고 남자 배우상 등을 수상했다.
잔혹한 범죄와 폭력적인 콘텐츠의 연관성, 그것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미디어의 역할에 질문을 던진다. 사회 안전망 없이 부모의 양육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서도 묻는다.
연극 ‘킬롤로지’는 9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한다.
■ 미국 마피아들의 뜨거운 삶의 이야기 '미오 프라텔로'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는 1930년대 미국 맨해튼을 배경으로 마피아들의 피보다 진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보스 루치아노 보체티의 아들 ‘치치’, 상원 의원에 출마한 써니보이를 돕고자 그의 전기를 집필하는 마피아 솔져 ‘스티비’, 어린 시절 루치아노에게 거둬져 성장한 ‘써니보이’ 세 인물의 가슴 뜨거운 삶이 펼쳐진다.
재즈, 락,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넘버와 치치, 스티비, 써니보이의 과거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탄탄한 구성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일인 다역도 3인극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을 전한다.
‘치치’역엔 이승현, 김도빈, 김대현이 출연하며 ‘스티비’역엔 박영수, 최호승, 안창용이 나온다. ‘써니보이’는 정민, 조풍래, 김이담, 동현이 연기한다.
2차 캐스트인 이번 시즌은 15일부터 10월 27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2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 4명의 여성 보컬의 폭발적 무대 '리지'
올해로 세 번째 시즌 개막을 앞둔 록 뮤지컬 ‘리지’는 1892년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미제 살인 범죄 ‘리지 보든 사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이다. 4명의 여성 보컬이 치열한 재판 과정을 재현하며 폭발적인 무대를 만든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파격적인 전개와 강렬한 넘버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안무상을 수상했다.
리지 보든 역엔 김소향, 김려원, 이봄소리, 엠마 보든 역엔 여은, 이아름솔, 앨리스 역엔 제이민, 효은, 유연정, 브리짓 설리번 역에는 이영미, 최현선이 출연한다.
연관람은 17세 이상 가능하며 9월 14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 한국 전통 설화 그 이후의 이야기 '홍련'
한국 전통 설화인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의 주인공인 ‘홍련’과 ‘바리’가 사후 재판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록 뮤지컬. 홍련이 아버지를 죽이고 남동생을 해친 죄로 저승에서 바리공주가 주관하는 재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국악과 록의 만남으로 한국형 록 뮤지컬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았고, 프리뷰 전 회차 기립박수를 받았다.
무죄를 주장하며 당돌한 모습을 보이지만 재판을 받게 된 진짜 이유를 알고 무너지는 ‘홍련’역엔 한재아, 김이후, 홍나현이 출연한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재판을 이끌어가면서도 홍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따뜻한 ‘바리’역엔 이아름솔, 김경민, 이지연이 맡았다.
뮤지컬 ‘홍련’은 중학생 이상 관람가능하며, 10월 20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