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솔로몬 지혜’ 없는 인천시의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쪼개기

2024.08.22 12:39:07 14면

김종득 인천시의원

본 의원이 문화복지위원장 시절이었던 지난 2022년 8월 남부권에 집중된 공연장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북부권 건립 타당성 용역을 제안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구·계양구에 대형 공연장 건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용역 1년 만에 두 곳 모두 보류 결정을 했다. 왜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이토록 쉽게 저버린 걸까.

 

최근 시는 ‘인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문예회관) 건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종합공연장 1000석 이상 건립 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0.91(기준치 1)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번 광역문예회관은 총 사업비 1261억 원, 대공연장(1200석)과 소공연장(300석) 등 총 1500석 규모였다.

 

연간 운영비 36억 원 대비 이용객이 약 13만 명으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는 대안으로 중공연장(900석)과 소공연장(300석) 총 1200석 규모로 건립할 경우 B/C값이 1.05로 경제성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구·계양구·영종구 등에 소공연장 위주로 건립해 규모보다는 접근성과 문화 격차 해소에 방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겉으로 보면 시의 이런 결정이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시가 간과하는 게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문예회관이 갖는 공공재적 성격과 공익적 가치다.

 

정녕 시가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이런 판단을 했다면 비용대피 편익을 먼저 따질 것이 아니라 ‘왜 계양구에 광역문예회관이 필요했는가’와 향후 광역문예회관을 통해 얻을 브랜드 가치와 미래가치, 시민의 문화적 향유 혜택 등을 우선 고려했어야 했다.

 

그리고 회관의 거리와 접근성이 문제였다면 그에 따른 별도의 교통 대책과 다양한 부대 편의시설, 관광과 결합된 복합레저단지 등도 구상하는 게 오히려 더 나았을 것이다.

 

문예회관 건립은 1990년대 붐이 일어 2000년대 급격하게 늘어났다. 2022년 기준 문예회관은 전국 267곳이다. 인천은 전국 평균 4.35곳보다 0.32곳이 낮은 수준이다. 경기 44곳, 서울 27곳에 반해 인천은 11곳에 불과하다. 연간 공연 일수도 경기 3138회, 서울 2170회에 반해 인천은 789회로 빈약하다.

 

그동안 국내 아트센터나 문예회관이 오랜 적자 운영에 시달렸던 것은 차별화된 정체성과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담긴 스토리텔링이 없었다는 점이다.

 

또 공연 예술시설의 근본 목적보다는 다목적 활용과 민간 기획사들의 장사 속셈도 한 몫을 했다. 그만큼 지역문예회관이 갖는 공연예술인들의 창작기회와 예술인들의 경제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작품활동 보장이 부족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문예회관은 지역예술인과 주민참여 확대, 경영의 전문성과 이익의 확대도 함께 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문예회관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 경영컨설팅, 청년과 지역예술인 창작활동 확대, 세계적인 공연장 문화로 성장하기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 등이 요구된다.

 

이번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문예회관은 지역문화 창조의 거점 공간이다. 또 시민회관의 전통을 이어받고, 공연장 중심의 복합문화시설에서 지역공연 예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지역주민 문화 향수와 창조적 참여형 예술 활동에 중요한 근거지 역할을 담당했다.

 

이처럼 문예회관 건립은 단순히 경제적 타당성의 논리로만 결정하면 안된다. 공공재와 공익적 가치, 지역사회와의 사회관계적·미학적 가치, 문화·복지적 측면이 더 화두가 돼야 한다. 물론 문예회관의 규모가 단순히 더 크면 좋다는 논리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 계양구가 갖고 있는 자연환경적 우위와 관광지향적 발전성 등을 감안한다면 미래가치의 핵심 정책으로 다시 재고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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