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뛰어 놀며 미술관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시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감각을 깨우고 그 감각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가족 체험 전시 ‘감각운동, 장’이 열렸다. 운동장으로 변한 미술관에서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현대미술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전시에는 민예은, 백인교, 소목장세미, 임지빈, 정만영, 최인철 6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전시가 미술관을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먼저 ‘1부 감각깨우기’의 민예은 작가는 ‘NULL’을 통해 미술관 사방에 페인트를 칠해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는 작품 제목처럼 무질서하고 미로같은 페인트칠은 미술관 바닥과 벽으로 이어지며 동화 속에 들어온 듯 한 느낌을 준다. 어린이들은 페인트칠을 따라 오브제와 공간이 허물어진 공간에서 미술관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정만영 작가는 청각을 통한 공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양철판을 이용해 만든 ‘소리비’는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느꼈던 작가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양철판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수집한 작가는 다양한 빗소리를 모아 스피커를 통해 전달한다. 관객들은 양철판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치 작가가 여행한 곳을 가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도꼭지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는 ‘순환하는 소리’도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수원천의 물소리, 화성의 풀벌레소리, 공원의 새소리 등을 수집한 작가는 스피커를 호스에 연결해 소리의 응집을 느끼게 한다. 수도꼭지를 돌릴수록 소리가 커져 물처럼 소리가 눈에 보이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임지빈 작가는 ‘에브리웨어’ 시리즈를 선보인다. 색맹 검사표의 패턴과 적녹색을 이용한 작품으로 독특한 작품을 완성한 작가는 행복과 사랑을 전한다. 베어 벌룬은 일상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경험을 제공한다.
최은철 작가는 각설탕을 이용해 미래도시를 만든다. ‘설탕도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각설탕으로 도시를 표현하는 작품으로 햇빛에 녹아 없어지는 각설탕처럼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에 처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북극의 얼음 조각을 북극곰으로 표현한 ‘크렉’ 역시 이런 메시지에 의미를 더한다.
‘2부 통 감각 경기’에서는 본격적으로 관람객이 매달려보고 두드려보고 체험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백인교 작가는 색실을 통해 현대예술을 전한다. ‘COLOR.FULL’, ‘PLAY.FULL’은 작가의 아이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잡고, 굴려보는 작품이다. 색실로 감싼 바구니를 두르려보며 방울을 찾아보고 짐볼 등을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소목장세미는 감각을 깨우는 움직임을 체험할 수 있는 ‘등 굴리기 로라’, ‘클라이밍 풀업 공’, ‘푸스볼 테이블’, ‘동심협력게임-클라이밍 락’을 선보인다. 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하는 작품들로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29일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백인교 작가는 “원래 도자기를 전공하면서 늘 궁금했던 점은 도자기는 미술관에서 만질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관객이 직접 제 작품 속으로 들어와서 새로운 장면들을 매번 연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이연주 교육담당은 “이번 전시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일부러 시각 자체를 어린이들에게 맞춘 부분이 있다”며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만큼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인 재료들을 많이 공수했고, 작품에 안전장치들을 설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삼화페인트의 친환경 페인트 협찬을 받기도 한 이번 전시는 참여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이 11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전시는 무료이며, 12월 22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