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딥페이크 성범죄 차단에 가용수단 모두 동원을

2024.09.03 06:00:00 13면

사법·지자체·교육청, 미성년자 오염에 합심 대응해야 

청소년들의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이미지) 성범죄 오염이 심각하다. 최고 수준의 전자기술 국가라는 특성이 우리나라의 딥페이크 범죄 양상을 세계 최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사생결단 권력 쟁패에 여념이 없는 정부·정치권은 사뭇 늑장 대응이고, 그 틈바구니에서 아이들은 변태 문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악성 바이러스처럼 급속히 퍼지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방책과 교육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차단해내지 못한다면 감당 못 할 ‘대혼란’과 더불어, 나라의 미래마저 그르칠 위험성이 높다. 


경기도는 지난달 27일 교육청, 경찰청, 경기도 젠더폭력통합대응단 등과 상황공유와 대응 협의를 위한 회의를 열고 대응단을 통해 불법 영상물 삭제와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수사·법률 지원, 전문심리상담 지원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9월 초 경기도교육청과 협업해 학부모 대상 딥페이크 범죄 대응 관련 교육을 진행해 대응 방법과 피해지원 사항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경기도의회 의원들도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현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사이트 등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했더니 성 착취물에 등장한 개인 중 53%가 한국인이었다. 가장 크게 피해를 당하는 것은 이미지 정보를 완전히 오픈할 수밖에 없는 가수 그룹 멤버들이다. 특히 걸그룹 멤버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무개념 일탈 행동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유·초·중고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딥페이크 성 착취물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무려 2500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직·간접 피해 사례는 517건(교사 204명·학생 304명·교직원 9명)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범죄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대다수가 청소년 미성년자들이라는 놀라운 특성을 갖고 있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신고된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범죄를 통해 편집된 불법합성물) 사건 피해자 총 527명 중 59.8%(315명)가 10대였다.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딥페이크 피해지원을 요청한 781명 가운데 36.9%(288명)가 10대 이하 청소년이나 어린이였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가 하면 허위영상물 범죄 피의자 중 10대의 비중도 2021년 65.4%에서 2023년 75.8%로 늘었다. 


아이들이 딥페이크 제작 유포를 ‘범죄’가 아닌 ‘놀이’로 여기는 문화가 가장 큰 문제다. 그런 ‘장난질’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피해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안기는지 실상을 인식하도록 서둘러 가르쳐야 한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직 ‘재미’만을 좇아 무한대로 장난질을 넓혀가는 아이들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일일이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넉넉히 알 만하지 않은가. 


가해자로 지목된 미성년자의 부모들이 앞장서서 디지털장의사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이 무단히 만들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한 딥페이크 음란영상물 삭제를 청탁하기 위해서다. 철없이 저지른 자식의 허물을 지우러 나서는 부모들이 오죽 답답하면 그렇게까지 할까 싶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무엇보다 허점투성이인 규제망 때문이다.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드물고, ‘유포할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 ‘단순 소지’의 경우는 처벌 대상도 아니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기만 해도 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하는 영국 법무부의 발 빠른 대응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수사 인력 부족도 큰 요인이다. 수사관 한 사람이 300건을 맡고 있는 열악한 현재의 형편으로는 어림없다. 


IT 보안 전문가들은 텔레그램·구글·엑스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디지털 성범죄 수사 협조를 요구하는 법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프로필 사진 캡처에 제한을 두는 기능도 도입돼야 한다. 근본적인 것은 아이들에게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유포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를 인식시키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지구상 최고의 ‘IT 강국’ 대한민국이 변종 디지털 범죄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가 나서서 이 불길부터 잡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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