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업은 국가의 근간”…국립농업박물관 김재균 학예본부장

2024.09.22 10:27:52 10면

2022년 개관한 국내 최초 농업 분야 국립박물관…전시 총괄하는 김재균 학예본부장

 

“국립농업박물관 전시를 보며 농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옛 추억도 되살리고, 농업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은 우리의 옛날 업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립농업박물관 김재균 학예본부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이처럼 말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17년 간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 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같은 학과 석사와 한양대 대학원 박물관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농업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농기구들을 살펴보고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상설전시가 열리고 있다. 개상, 탈곡기, 키, 풍구, 고무래, 바람개비, 넉가래 등 1960~70년대 농업이 기계화되기 전 사람의 손을 거치며 사용됐던 농기구들을 전시한다.

 

김재균 학예본부장은 "우리나라 농업은 청동기 시대를 거치며 수작업에서 소를 이용하며 발전했다"며 "일제강점기 수탈을 위한 종자 개량, 농토 확대, 수리시설 확대, 토지 조사가 이뤄졌고 박정희 정부 시절 비료 공장 확충, 농약 개발 등으로 식량 생산이 늘어났다. 이후 농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1977년에 이르러 쌀 4천만 석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산량을 달성했다"고 한반도 농업의 역사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농업의 변천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통 농기구와 현대화된 농기계들로 농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며 다랑이논밭, 과수원, 농가월령 산책로 등을 통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농업을 체험하도록 한다.

 

 

김 학예본부장은 “요즘은 먹방이나 맛집 찾기 등 농업은 모르고 먹는 것만 아는 세상이다”라며 “뿌리를 모르고 맛있는 것만 찾기보다는 농업을 알고 중요성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김 학예본부장과 국내 최초 농업 분야 국립박물관인 국립농업박물관이 추구하는 바는 삶의 근본인 농업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농사의 시작과 함께 생겨난 것처럼 농업의 역사를 아는 것은 삶의 본질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문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신과 별개라고 생각한 농업을 가까이 느끼고 직접 체험해 보며 먹고, 마시고, 입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김 학예본부장은 “국립농업박물관에는 다른 박물관처럼 왕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반짝이는 금붙이는 없다”며 “그렇기에 박물관에 전시된 농업 유물들이 조금은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 모두 우리 농업의 유구한 가치를 담고 있는 소중한 보물들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지난 5000년 간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고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공존하며 농사를 지었던 지혜와 이를 바탕으로 발전시켜온 농업의 찬란한 역사와 유산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의 농업은 AI, 스마트팜 등 동시대 기술의 발전에 맞춰 동반성장하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앞으로 우리 농업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상상해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12월 13일 재개관 예정인 농업관2에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초개인화 농업 서비스와 남극, 우주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 팜 기술, 인간의 노동력을 대채할 수확로봇까지 다양한 첨단 농업기술을 소개한다.

 

가까이는 10월 15일부터 27일까지 국립농업박물관 문화축제 ‘무르익다’를 개최해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농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개막일에는 벼베기 및 탈곡체험을 진행하고 18일에는 오랫동안 우리 식생활에 영향을 끼친 장(醬)문화를 조명한 기획전시 ‘기다림의 맛, 시간’을 개최한다.

 

김 학예본부장은 “앞으로 국립농업박물관에서 농업의 뿌리와 농업 자원을 활용해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며 “그 목표에 맞는 전시들을 계속 고민하고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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