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환하게 밝히는 전시 ‘만개의 시간’

2024.09.26 08:53:55 10면

박물관 복도에 구현한 36m 작품 '층층폭폭', 디지털로 구현한 '화조도8폭병풍' 등

 

박물관 로비 천장에 분홍색 연꽃이 피었다. 천 위로 탐스럽게 핀 연꽃은 연잎, 연밥과 함께 박물관을 물들이고 있었다. 박물관 복도엔 8폭의 병풍 위로 연꽃이 만개했다.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전시 ‘만개의 시간’이 열리고 있다. 현대작가 나난(Nanan kang)과 협업해 박물관의 소장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박물관 상설·기획전시에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소장품 ‘화조도8폭병풍’을 디지털컨텐츠로 소개하고 나난 작가의 ‘층층폭폭’을 전시한다.

 

전시는 1부 ‘소장품 전시’, 2부 ‘작품 전시’, 3부 ‘참여형 전시’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박물관 소장품 ‘화조도 8폭 병풍’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의도를 소개한다. 20세기 제작된 ‘화조도 8폭 병풍’은 꽃과 새들을 그린 민화 화조도다. 각 폭에는 매화, 까치, 버드나무, 꾀꼬리, 연꽃과 원앙, 모란과 꿩을 그려 다양한 길복을 표현했다. 디지털컨텐츠로 재탄생환 ‘화조도8폭병풍’은 그림들이 시시각각 움직이며 눈길을 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화조도를 곁에 두고 위안을 받거나 안정감을 얻었는데, 꽃을 가꾸고 채소를 기르는 활동을 포함한 농업이 치유의 기능을 가진다는 것을 조명한다. 현대의 치유농업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현대작가 나난의 작품 ‘층층폭폭’이 전시된다. 나난 작가는 국내 최초 윈도우 페이터(Window painter)다. 유리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방식으로 작품 세계를 구현한다. 작가는 국립농업박물관 소장품 ‘화조도 8폭 병풍’을 보고 재해석해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박물관의 자연 풍경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36m크기의 작품은 박물관 복도에 병풍을 만들어내며 복도를 꾸민다. 작품은 유니버셜 디자인이나 쉬운 글 번역을 적용해 어린이들이나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지막 3부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연꽃을 색칠해 1만 개의 연꽃으로 병풍을 만들어보는 체험이 진행된다. 색연필로 자유롭게 꾸민 연꽃은 전시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혜정 국립농업박물관 학예사는 “이번 전시의 목적은 박물관에서 공개되지 않은 유물을 소개하고 박물관을 젊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농업이 오래되고 진부한 것이 아닌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현대작가 나난과 함께한 소장품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람객들이 농업을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작품 너머로 보이는 자연의 피사체에 심리적 치유와 위안을 받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2월 1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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