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버린 자살 유족…꺼내지 않고도 닿을 수 있으려면

2024.09.29 20:00:00 1면

올해 2/4분기 자살자 981명…작년 대비 113명 증가
2022년 자살 유족 최대 3만 추정, 지원 건수는 3건
지원정책 ‘비동의’ 유족 정보 파기, 사실상 지원책 無
‘네 잘못 아냐’ 사후 인식개선 정보 흘려 간접 지원 可

 

올해 상반기 경기도 내 자살자 수가 지난해 대비 100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숨어버린 자살 유족들을 고려한 간접적인 지원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전문가 상담,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 등 정책을 마다한 ‘비동의’ 자살 유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식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자살 유족들의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는 말을 들려줌으로써 정서적 회복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29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도는 다음 달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위원회를 개최해 전문가,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도 자살예방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 2/4분기 도내 자살자 수가 981명으로 지난해 동기(868명) 대비 113명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동기간 전국 3731명에서 3739명으로 8명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 26일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열린 정책세미나에서는 자살예방 전담인력 확충, 자살예방 전달체계의 역할과 한계 등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 자해 관련 유해 누리집 정보 차단 등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반대로 자살 사후대응을 위한 정보를 노출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1차적인 자살 위험군을 챙기기에도 벅찬 인력과 제도적 한계로 사각지대가 되기 쉬운 유족들의 일상 회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보건복지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하는 것은 가족들에게 가장 나쁜 짓을 하는 것이다’라는 문항에 79.2%가 ‘(매우)동의함’이라고 답해 자살 유족의 고통을 시사했다.

 

현재 도의 정책들은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한 도민을 대상으로 전문가 상담, 정신건강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대체로 공적 영역으로 나온 유족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그러나 대다수 자살 유족은 자살 유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서비스에 ‘비동의’하고, 수일 내 자살 유족의 정보는 완전 파기돼 사실상 지원할 방법이 없다.

 

이범수 동국대 생사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지원정책이 있어도 유족이 숨어버리면 공공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다”며 “개인적으로 종교계나 상담계로 향하는 유족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22년 기준 도내 자살 유족은 최소 1만 5585명에서 최대 3만 1170명 발생했지만 자살 사후대응 지원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 1건 발생 시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되는 유족의 수를 5명에서 10명으로 보고 있다.

 

숨어버린 자살 유족을 억지로 꺼낼 수 없다면 유족들이 죄책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정보를 노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돕는 방식이 제시된다.

 

매체를 통해 자살인식개선 정보를 지속 노출함으로써 자살 위험군이 혼자만의 고민에서 빠져나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교수는 “자살 유족들은 고인과 갈등을 겪었거나 자신이 자살 사인(신호)을 알아채지 못해 일이 벌어졌다는 죄책감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계로 향하는 이유도 ‘네 잘못이 아니다’, ‘고인이 잘 계신다’ 등 유족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 때문”이라며 자살 유족의 죄책감 해방을 역설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이유림 기자 leeyl789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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