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기후재앙, 코앞의 일이다

2024.10.15 06:00:00 13면

 

2024년 여름의 무더위는 혹독했다. 추석 연휴에도 푹푹 쪘고 9월 하순까지도 이 더위는 계속됐다. 전혀 꺾일 것 같지 않던 기온이 어느 순간 뚝 떨어졌다. 가을 없이 겨울로 접어들 것만 같은 기세다. 이제 기후 변화는 현실이고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보다 기후변화를 더 빨리 감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빙하의 상태다.

 

지난 8월 세계의 유튜브를 달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영국 사진작가 던컨 포터(Duncan Porter)는 스위스 빙하의 현재 모습과 15년 전 모습을 담은 두 장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눈물을 흘리게 한 시간 여행’이라는 캡션을 단 이 두 사진은 알프스 론의 빙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쪽 사진에는 론의 빙하가 잘 담겨있지만 다른 한쪽에는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려 호수를 이루고 있다. 이 사진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약 3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기후 운동가 제네비에브 귄터(Genevieve Guenther)는 이 사진을 다시 게재하며 “우리는 기후 변화가 느린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15년 만에 빙하 전체가 사라졌다. 우리에게는 잃을 시간이 없다”라는 걱정 어린 글을 올렸다.

 

빅토르 위고가 ‘숭고하다’고까지 묘사한 론 강의 빙하. 그 아름다운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빙하학자 마티아스 허스는 지난 해 ‘시간(Le Temps)‘이라는 잡지에 빙하의 빠른 변화 때문에 불과 몇 년 만에 이곳을 재방문했을 때 알아보기 어려웠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허스는 스위스 빙하조사 네트워크인 글라모스(Glamos: 스위스 빙하 모니터링)를 이끌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스위스 빙하의 후퇴를 기록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매년 1.5미터씩 빙하의 두께가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동안 총 1 세제곱 킬로미터의 얼음이 사라졌다. 허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빙하는 정말 크고 시각적인 온도계”라며 “온도 곡선이 상승하는 것보다 빙하의 부피와 두께가 줄어드는 것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 준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타포린을 사용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빙하의 죽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스위스의 한 일간지는 “지난 2년 간 론 빙하의 두께가 10미터나 줄었는데 이는 3층 건물과 맞먹는 규모다”라고 전했다.

 

허스는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빙하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205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안정화할 수 있다면 높은 고도에 있는 빙하의 일부는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연구에서 수십 명의 연구자들이 경고했듯이 지구 온난화가 둔화되기는커녕 전례 없는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전망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빙하 상태에 대한 과학적 소통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의를 진정으로 진전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 귄터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더 이상 잃을 시간이 없다. 지구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우리 모두 실천 운동을 벌이지 않는다면 빙하는 사라지고 더욱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게 분명하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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