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공청사의 1회용컵 사용률이 90%를 넘기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다. 우리 사회에 탄소 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1회용컵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한때 상당한 기세로 확산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사용 중단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고삐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1회용품 사용을 삼가는 분위기를 다시 진작시켜야 한다. 경기도 공공기관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모범이 긴요하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공청사 내 1회용컵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경기도 지역 공공청사의 사용률이 90.5%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외부에서 공공청사 내로 반입된 음료 컵 10개 중 9개는 1회용 컵이었던 셈으로 충청권(19.3%), 울산권(65.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다만 경기도청 복합청사는 57.8% 등으로 1회용컵 사용률이 다소 낮았다.
기초지자체별 분석 결과, 경기도내 11개 중 8개 지자체 청사가 90% 이상의 1회용컵 사용률을 보였다. 이중 안산시의 1회용컵 사용률은 100%에 달했다. 청사 내로 반입된 음료는 모두 1회용컵이었던 셈이다. 올해 대한민국 환경대상(자원순환 부문)과 경기도 환경대상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성남시도 사용률이 98.1%에 달했으며, 안양시청은 97.4%로 집계됐다. 이외에 화성시 97.3%, 수원특례시 97.1%, 군포시 96.7%, 오산시 96.5%, 의정부시 95%이다.
1회용컵 자제를 실천하는 전국의 공공기관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전국 20개 소속기관 청사에서 1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으며, 연말까지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 지침’에 명시된 1회용품 사용 ‘자제 권고’를 ‘금지’로 바꿀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솔선수범하여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민간에서의 탄소 중립 행동 실천을 권장하여 이끌어갈 명분이 생길 까닭이 없다. 생활습관 깊숙이 침투해 있는 지구환경 개선에 관한 무딘 인식은 개선책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우리 국민의 환경 인식은 여전히 ‘내로남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플라스틱 없는 재단(Plastic Free Foundation)·WWF와 공동으로 2년 전 조사해 발표한 설문 결과는 우리 국민의 이중적 의식구조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당시 입소스는 한국·일본·중국 등 34개국 성인 2만3,029명을 상대로 진행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태도’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글로벌 규칙에 대한 지지도에서 한국(82%·5위)은 상위권에 위치했다.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지지율에서도 한국은 83%로 일곱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국제규칙의 필요성이나 위반 시의 통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공감도가 낮았다.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규칙의 필요성’을 묻는 항목에서 전 세계인 70%가 지지했지만, 한국인은 65%만이 필요하다고 답해 25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규약의 강제력에 관해 다소 유보적인 응답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제조업체나 소매업체가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고 재사용하며 재활용하도록 책임을 지게 한다’는 항목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한국의 응답률이 26%에 머물러, 폴란드(26%), 일본(13%)과 함께 최하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제 인정 수준은 높지만, 법적 제재에 대한 의지는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조사결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국인들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공해 물품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체로 동의한다. 문제는 그런 상식의 뒤에 어처구니없게 붙는 ‘나만 빼고’ 의식이다. 남이 보지 않기만 하면 못 할 짓이 없는 수준의 한심한 민도(民度)를 한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번 고치기로 마음먹으면 괄목할 성과를 거두는 게 또한 우리 한국인의 기질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1회용컵 퇴출’ 운동을 활발히 벌여보면 어떨까. 경기도 공공청사의 1회용컵 사용률이 90%를 넘기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