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은 느긋하게 기다리기엔 빠르게 지나가 자칫 자연이 보여주는 화려한 색감을 놓치기 쉽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운 곳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수원의 명품 가로수길과 도시숲, 맨발 길 등이 있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며 가까운 곳에서 수원 시민들이 걷기 좋은 곳들을 소개한다.
◇수원의 가로수길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다
시 중심부에 위치한 팔달구는 구도심을 둘러싼 세계유산 수원화성 성곽을 돌며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특별한 모습의 가로수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수원화성의 북문 장안문에서 남문인 팔달문을 연결하는 정조로는 사각기둥 모양의 가로수가 줄지어 선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시는 정조로 양쪽의 오래된 양버즘나무를 테마 전지로 관리하고 있다. 큰 중심 줄기 윗부분의 가지와 잎을 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어 네모난 가로수들이 도로를 지키는 거대한 관문을 형상화하고 있다.
구간의 길이가 1.5㎞에 달해 나무를 보며 양측을 왕복하면 운동도 즐길 수 있고 특히 행궁동 중심부를 지나며 화성행궁과 미술관, 팔달산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창룡대로와 중부대로는 가을을 맞아 가로수들이 황금빛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특별한 점은 은행나무가 브로콜리 모양이라는 점이다.
두 길의 은행나무는 가지 윗부분을 동그랗게 전지해 300그루에 달하는 은행나무들이 샛노란 우산을 펼친 듯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중부대로는 1.3㎞, 창룡대로는 1.2㎞ 거리인데 중동사거리에서 정조로와 연결된다.
시계 구간인 장안구 주안말사거리~조원IC에 위치한 두아름길은 정원 같은 가로수길로 지난해 조성된 후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 과정을 거쳐 '마을을 두 팔로 안고 있다'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됐다.
평소 가로수로는 접하기 어려운 '블루엔젤'이라는 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 빛에 따라 다른 색감을 보여주고 햇빛을 받으면 푸른빛이 돌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중앙분리대 역시 초화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종을 심은 녹지형으로 만들어져 정원을 둘러보는 느낌을 연출했다.
시는 시민들이 가까이 즐길 수 있는 가로수길을 만들고 있다. 가로수길이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더 했는데 올해 조성한 장안구 정자동 대평초 주변 자녀안심그린숲 등에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든 것이 그 예다.
공동주택단지들이 들어선 영통구에서는 곡선로 박지성삼거리~영통롯데캐슬을 잇는 700m 구간이 대왕참나무와 홍가시나무로 채워졌다. 주홍빛부터 검붉은빛까지 단풍이 만들어내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계절을 즐기는 '도시숲'
시에는 산림청에서 녹색도시 우수사례로 인정한 도시숲과 숲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장안구 이목동 노송숲은 가을철 녹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명소인데 5만 6000㎡ 규모의 넓은 공간과 가을 하늘이 어우러져 소나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선명한 색감을 뽐내고 있다.
올해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도시숲 50선' 중 하나로 꼽혔고 지난해 모범도시숲, 2017년 녹색도시 우수사례 등으로 선정되며 도시숲으로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지다.
수원델타플렉스를 둘러싸고 있는 미세먼지차단숲은 서부권역 주민들과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가을을 느끼기 좋은 도시숲이다.
열섬현상을 저감하고 미세먼지를 차단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조성한 대규모 도시숲으로 면적은 8만㎡에 달한다.
특히 델타플렉스를 세로로 가르는 서부로에는 메타세쿼이아와 스카이로켓 등 다층으로 구성된 가로수길이 조성돼 있으며 매우 넓은 규모로 하루에 즐기는 것보다 매일 다른 숲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시숲이 아닌 산에 있는 숲을 즐기고 싶다면 시의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 광교산 산림욕장, 칠보산 등을 거점으로 숲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시 통합예약시스템에서 프로그램의 내용과 시간을 확인해 접수하면 된다.
◇자연과 하나 되는 황톳길 맨발걷기
맨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지구의 에너지를 연결한다는 의미의 '어싱'(Earthing)을 즐길만한 곳들도 있다. 시가 조성한 황톳길인데 장안구 광교산 입구, 권선구 산울림공원, 영통구 광교호수공원 등이다.
광교호수공원 황톳길은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사이를 채운 공원 중심부 쪽에 위치한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맨발로 황톳길을 왕복해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시간을 보내기 좋다.
지난해 450m 구간이 조성된 이후 맨발걷기를 즐기는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황톳길 안에 신발장과 세족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편리성도 높다.
서부권역의 경우 칠보산 자락과 맞닿은 금곡동 산울림공원 내 약 500m 거리의 산책길이 대표적이다. 산책로 주변 지형을 그대로 살린 어린이 체험 숲 놀이터와 산책로 중간 진흙구간이 마련돼 있다.
황토 산책로는 광교산 입구에도 마련돼 있다. 260m 길이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광교산 등산을 하기에 앞서 걷기 기분을 끌어올리거나, 산행을 마친 뒤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 좋은 위치다.
흙길로 된 맨발걷기길도 6곳 있다. 만석공원, 권선중앙공원, 청소년문화공원, 예술공원, 머내생태공원, 매탄공원 등에 마련돼 있으니 추위가 도착하기 전에 가까운 곳을 찾아 맨발걷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