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노벨 문학상과 탈북 문학

2024.10.17 06:00:00 13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최초 아시아계 여성이며 최연소 수상자에 한국인이라는 의미를 더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관심이 뜨겁다. 책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곧 백만부를 넘길거라 전망한다. 나는 한강 작가 관련 기사를 열심히 찾았다.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그의 작품세계는 무엇일까. 한강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이십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휩쓸었던 작가에게 더 이상 받을 상이 있을가 싶다. 전문가들은 한강 작가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를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사전적 의미에 트라우마는 심리 쇼크, 정신적 충격, 마음에 남긴 상처이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지나간 시간에 생겨난 심리 쇼크가 오늘을 괴롭히는 마음의 상처이다. 트라우마를 쓰려는 작가는 먼저 트라우마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어 그 자리에 서야 한다. 봉인된 상처를 건드리기에 작가의 성품이 동반되지 않으면 우울과 슬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타인에 아픔이 자기 아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공감했다고 하더라도 글이 성숙하지 않으면 독자와 소통할 수 없다. 아무리 현란한 사회학적 용어를 사용해도 ‘역사적 트라우마’에 위로가 되지 않으면 헛 수고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과 연구자 또는 작가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 모든 것을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이 바로 한강 작품이다. 한강 작가는 누구나 꺼내기 힘들어하는 트라우마를 문학의 장르를 빌어 표현하려 했다.

 

현재 ‘역사적 트라우마’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향을 떠나 남한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다. 가장 잊혀지지 않은 트라우마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다. 최소한에 음식마저 없어 인간의 존엄마저 버렸던 시기이다. 물살 거친 두만강에 아들을 밀어내며 떠밀려간 엄마는 동해로 갔을 것이다. 메콩강을 지나고, 몽고의 사막에서 죽은 아기를 묻으며, 반병의 물이 희망이 되었던 시기이다. 경계를 넘은 사람은 국적이 없다. 국적이 없는 인간은 인권이 없다. 마구 잡아 무자비하게 감옥에 넣어 인간성을 말살해버린 시기이다. 지금 남한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대다수는 이 시기 탈북했다. 삶과의 전쟁에서 가족과 추억을 잃은 사람들이다. 정착은 쉽지 않다. 자신도 살아야 하지만 남겨진 가족도 돌봐야 한다. 편견과 차별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몇칠 전 기사를 보면 극단적 선택을 한 북한이탈주민과 해외 망명 신청자는 두 배로 늘어났다. 현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정책을 쏟고 있는데도 말이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게 정서적 불안을 위로할 문학이 필요하다. 봉인된 상처를 열고 흐르는 피로 자신의 글을 쓸 때가 되었다. 증언만 필요한 연구자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해석되어지는 것보다 스스로 해석하는 자가 되어 서로를 위로하는 문학이 있어야 한다. 살고자 떠난 것이 죄라면 이 세상 길은 왜 생겼는가는 질문은 문학 장르이기에 가능하다. 정부는 효과 없는 정책을 내놓기보다 문학을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탈북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면 좋겠다.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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