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이 시작된 곳’ 문학산성 복원해야

2024.10.21 06:00:00 13면

'국가 사적 지정 후 국비 확보' 등 적극적 방안 마련 필요

인천광역시 문학산성(文鶴山城) 보존·복원의 필요성이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4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고 경기신문(17일자 인천판 1면, ‘문학산성 보존·복원… 예산 부족에 4년째 ‘답보’)이 보도했다. 인천시가 문학산성 보존·복원을 계획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예산 문턱에 가로막혀 보존·복원 시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시가 진행한 문학산성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150억 원이다. 인천시가 이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문학산성은 높이 213m의 문학산 정상부분을 둘러쌓은 테뫼식성으로 백제시대의 석축산성이다. 추정 성벽 전체 길이(637.7m) 중 현재 남은 구간은 240.4m다. 이 중 65%는 미추홀구 문학동, 학익동에, 35%는 연수구 연수동에 있다. 이 성은 ‘미추홀 고성’, ‘남산성’이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동사강목’과 ‘여지도서’에는 문학산에 백제 미추왕의 도읍지로 돌로 만든 산성의 터가 있고, 성안에 비류정이라는 우물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1997년 문학산성에 대한 지표조사에서 백제의 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고고학적 연구 성과가 나와 학계에서는 백제 초기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전투가 벌어져 일본군을 물리쳤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1959년 미군기지가 들어선 이후 줄곧 접근이 철저히 통제돼 왔다. 미군기지가 이곳에 세워진 것은 인천 전역의 조망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군사요충지로서 정상부엔 미군 방공포대가 주둔했다. 미군의 뒤를 이어 1979년엔 대한민국 공군이 들어왔지만 여전히 일반인 출입은 자유롭지 않았다. 1986년 시 기념물 1호로 지정됐지만 접근통제는 여전했다. 인천시는 국방부와 군에 이곳 정상부 개방을 요구했고 민선6기 유정복 시장이 당선된 후인 2015년 10월15일 5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5년 뒤 민선7기 박남춘 시장 재임시기인 2020년 보존·복원이 결정됐다. 문학산성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산성을 일괄적으로 복원하기보다는 구간별 성곽 현황·특성에 따라 성벽 유지·관리, 잔존 성벽 보존·복원 등의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보존·복원에 필요한 예산 150억 원이었다. 이 예산이 부담이 되자 인천시는 문학산성을 관리하는 미추홀구·연수구에 공동으로 보존·복원사업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보존·복원은 환영한다면서도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구가 비용분담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에 시는 문학산성을 국가 사적으로 승격시켜 국비를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적으로 승격되고 보존·복원 사업을 추진하면 국비가 최대 70%까지 지원된다. 지난 2020년에 국가 사적으로 승격돼 국비를 받아 복원된 계양산성 복원·정비 사업사례도 있다. 계양산성 복원·정비는 지난 2020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 국비를 확보하면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국가 사적 승격을 위해서는 사전에 발굴 조사 등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 이 용역비도 만만치 않다. 시는 용역비만 30~4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의 재정상황은 신규 사업들의 예산이 삭감되고 있을 정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비용 분담 관련해서 미추홀구·연수구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재정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국가 사적으로 승격시켜 국비를 받는 게 가장 좋지만 시도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세워진 계획은 없다니 답답한 상황이다.

 

백제시대의 산성인 문학산성은 당장 국가사적으로 지정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것이 지역 학자들의 중론이다. 인천시 기념물 제1호이기도 하거니와 ‘인천 역사의 발상지’라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비류가 도읍지로 정한 미추홀이 지금의 인천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문학산 위에 비류성터와 비류정이라는 우물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문학산성을 국가사적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고 복원·정비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된 지금이 사업추진의 적기다.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인천시의 발상지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이다.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문학산성은 보존·복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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