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인식 문제있다

2024.10.25 06:00:00 13면

‘국민 눈 높이’ 강조한 한동훈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부산 범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명태균씨 등 여권 핵심부에서 쏟아지고 있는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때문에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첫 공개 발언이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첫 공개 발언이 ‘대국민 불통 선언’이라니 충격적이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배려도 없었다. 국회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언론이든 국민이든 한 번 해 볼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이 발언은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와의 ‘빈손 회동’ 다음 날 나왔다. 한 대표가 전달한 3대 요구 사항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여사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해소 협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미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문제를 전달하면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짓뭉갰다. 한 대표가 떠난 뒤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들여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는 당대표가 아닌 추 원내대표라는 이미지까지 연출했다. 그것이 여당 대표라 할 지라도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여당 대표까지 내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윤 대통령은 누구와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몇 몇 친윤 정치인들과 평소 즐겨본다는 극우 유튜브 운영자들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면 큰 문제다. 김 여사의 의혹과 허물을 덮을 수 있다면 야당과의 갈등을 넘어 여당 대표와의 갈등, 나아가 국민과도 맞서겠다는 태도로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보수 원로들조차 윤석열 정부 지지를 철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장 윤-한 면담 이후 여당 의원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특히 “여론이 더 악화하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막기 힘들어진다”는 한 대표의 우려에 “당 의원들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윤 대통령이 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 힘 내부에서는 ‘김여사 특검법’을 더 이상 막기 어렵게 됐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김 여사가 연루된 사건들을 잇따라 불기소하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명태균發 김 여사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여당에게 ‘김여사 특검법’을 막을  정치적 명분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입장이 확인된 만큼 이제 김여사 문제 해결은 국회 몫이 되었다. 민심을 업고도 대통령 설득에 실패한 국민의 힘은 이제 야당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과 여권이 망치고 있는 나라꼴을 보면 국민의 힘이 당리당략을 논할 단계는 훌쩍 지나갔다. 대통령과 용산이 김여사 지키기에 몰두하는 동안 민생은 추락했고, 안보는 허술해졌으며, 외교는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야당과 정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회담을 갖기로 했다. 윤-한 면담처럼 ‘빈손 회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 지난 번 여야 대표회담처럼 맹탕 회담이 되어서도 안된다.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고 있고,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김여사·명태균 논란에 하루빨리 종지부를 찍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국격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나락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 10일 국민의 힘 최고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에 대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고, 17일 검찰이 끝내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국민이 납득할 정도인지 지켜봐야 한다”며 검찰의 결정을 비판한 바 있다. 22일에도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대표는 늘 ‘국민 눈 높이’를 강조해 왔다.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국민 눈 높이’는 굳이 최근 여론조사 수치를 보지 않더라도, 저잣거리 민심을 듣지 않더라도 진작에 확인 했을 것이다. 이제 국민은 한 대표가 ‘국민 눈 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한 대표의 결단과 여야 합의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 정국을 조속히 정리하고, 국회와 정치권이 민생현장을 돌보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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