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뉴스읽기] 이웃분쟁의 피스메이커 솔루션

2024.10.31 06:00:00 13면

 

의정부 한 연립주택에 사는 A씨가 지난 18일 반려견과 함께 옥상을 산책하다 누군가가 뿌려놓은 압정을 밟았다며, J방송국에 이를 제보하여 24일 방송됐다. 1년 전부터 옥상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즐겨왔던 A씨는 관리소장으로부터 옥상 아래층에 사는 B씨가 밤일을 해서 아침에 자는데 개가 뛰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양측 실랑이 끝에 A씨가 다시 반려견과 옥상에 갔다가 결국 압정에 찔리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 방송 유튜브 댓글에서 네티즌들은 “그렇다고 압정을 깐 것은 선을 넘은 거다”, “누가 밟거나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시끄러워 잠 못 잔다는데 굳이 옥상으로 산책을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남의 집 천정에서 피해주지 말고 거리로 나가는 게 개한테도 좋다”며 견주 A씨를 탓하기도 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많아지고 이웃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층간소음, 누수, 반려동물 문제, 생활악취 등으로 인한 이웃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 초 남양주시 한 아파트 주민은 아래층에 사는 사람과 누수문제로 갈등을 빚다 도배를 독촉하는 아래층 사람을 흉기로 위협, 재판에 넘겨졌으나 집행유예로 구속을 면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월 부산의 한 빌라에서는 60대 남성이 위층 주민과 베란다에서 키우는 반려견 배설물 악취 문제로 말다툼을 해오다 흉기로 위층 주민을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4월엔 옆집이 키우는 복숭아 나뭇가지가 자기 집 태양광 패널을 가린다는 이유로 수년간 다투어오다 홧김에 이웃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대법원에서 징역 23년형이 확정되었다.

 

사소한 이웃 간 분쟁이 이처럼 살인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이는 결코 당사자 간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이웃분쟁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물론 분쟁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소송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분쟁 사건을 법원이 다 다룰 수는 없기에 건축, 환경, 금융, 노동, 언론보도 등 사회 각 분야의 분쟁사건을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으로 당사자가 화해에 이르도록 하는 조정제도가 수립, 운영되어 왔다. 이웃 간 분쟁사건에 대해서는 2015년 9월 광주광역시 남구에 설치한 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서울, 평택, 인천 부평구, 서울 성동구 등 지자체가 주민들이 조정인이 되는 주민자율조정제도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주민자율조정제도가 실시된 지 9년이나 되었지만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며, 일부 몇 지자체만 운영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용에 한계가 있다.

 

피스메이커(Peacemaker Ministries) 설립자로 1982년부터 성경적 원리를 사용하여 교회분열 사건, 사업, 고용, 가정에서의 논쟁 등 갈등사례를 해결해 온 켄 산데 변호사는 그의 저서 「The Peacemaker」(2000)를 개인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이고 성경적인 지침서라고 소개한다. 재판은 법에 근거해 사건을 판결하며, 조정에서도 당사자 간 협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유사한 사건의 판결례를 참고한다. 그런데 켄 산데 변호사의 피스메이커 분쟁해결은 법이 아닌 성경을 지침으로 삼는다고 한다. 지역마다 교회가 없는 곳이 없으니, 교회가 이웃분쟁을 해결하고 이웃 간 관계를 회복케 하는 일을 담당한다면 이웃분쟁은 새로운 차원의 솔루션을 갖게 될 것이다. 꼭 교회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교 문화권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화해와 조화를 중요시하며 분쟁이 생기면 우선 친척이나 마을 연장자, 촌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러한 전통이 바로 조정인 바, 오늘날에도 많은 NGO단체나 종교기관들이 마을의 연장자처럼 이웃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기관이 미래를 전망하며 분쟁당사자들 가까이 다가가 피스메이커의 역할을 기꺼이 담당할 것인가?

심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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