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4명이 동급생 1명을 상대로 심각한 학교폭력을 저질렀다. 가해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공원으로 불러낸 뒤 강제로 모래를 섞은 과자를 먹였다. 게임 벌칙 수행 등을 이유로 몸을 짓누르는 등 신체적 폭력을 저질렀으며 심지어 흉기로 위협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확인한 교육당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열어 가담정도가 심한 가해 학생 2명에 서면사과와 학급 교체를, 가담 정도가 덜한 1명에게는 서면사과와 학교 봉사 4시간, 나머지 1명에게는 서면사과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가해 정도에 비해 처분이 너무 가볍다는 여론이 지역사회 학부모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피해 학생 측도 지난달 30일 분당경찰서에 가해 학생 4명을 포함해 동급생 5명을 폭행 및 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특히 주동자 중 1명이 성남시의회 이영경 의원의 자녀임이 밝혀지자 학부모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시의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해당 학교 앞에는 ‘반성하고 사퇴하세요’ ‘사과는 용서받을 때까지’ 등의 리본이 달린 근조화환 70여개가 놓여 있다. 이에 이영경 시의원은 공개 사과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분당갑 당협위원장)도 “해당 학교 학부모 회장을 지냈으며 매사 모범을 보여야 할 선출직 공직자가 자녀를 올바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입장문을 내고 이 의원에 대한 출당 명령을 내렸다.
이 의원의 사과와 안철수 의원의 출당명령에도 불구, 가해 학생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시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성남 지역 학부모들이 연일 해당기관에 ‘가해 학생 처벌’ ‘이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전화를 걸고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폭주한 성남시의회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피해학생이 수개월 간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 시달리며 큰 고통을 겪었다면서 “이 의원은 이번 학폭 사태에 대해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시민 요구에 맞게 자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도 28일 논평을 냈다. “학부모가 시의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피해자에게는 불합리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밝혔다.
불똥은 성남시의회 이덕수 의장에게로까지 튀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협의회는 이덕수 의장이 학교폭력과 관련한 5분 자유발언을 불허한 것은 명백한 ‘제 식구 감싸기’ 행태라고 지적한 뒤 “재량권을 남용하고 지방자치법 제82조 및 비밀투표 원칙을 위반한 이덕수 의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불참을 선언하며 퇴장했다. 여야 의원 간 갈등 속에 의회 파행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영경 의원은 자녀 학폭 논란 뿐 아니라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급 설치를 무산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기신문은 28일자 1면에 단독으로 보도한 ‘자녀 학폭 논란 이영경 성남시의원…장애학생 학급 설치도 방해?’ 기사를 통해 ‘지난해 2월쯤 이 학교 학부모 일부는 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하려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이는 학부모 대표로 활동했던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서현초 누리집 등에 특수학급 설치를 건의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학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1조 3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특수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본 이 의원은 학부모 대표단 간 회의를 진행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회의는 장애 아동의 학부모 참여 없이 이 의원과 친분이 있는 학부모 대표단끼리 진행했다고 한다. 이후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인근 분당초에 특수학급이 있는 상황에서 본교에 특수학급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수학급을 만들면 장애아들이 학교에 더 들어올 것이고 결국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각종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인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복지사업에 대한 예산을 심의하고 큰소리치며 장애인관련 행사에 가서 인증샷을 찍고 다니다니 참 기가 찰 노릇”이라는 한 학부모의 비난에 당사자와 성남시의회가 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