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맞물려 대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자이익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1년 전보다 늘어난 덕이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영업 제한으로 이들의 호황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 사의 실적발표를 종합하면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2조 6886억 원으로 전년 동기(12조 1241억 원) 대비 4.7% 증가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이들은 총 4조 4326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3분기에도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3분기 누적 기준 3조 1028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리딩뱅크 타이틀을 유지 중이다. 3분기까지 총 2조 7808억 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하나은행이 2위에 올랐으며, 이어 ▲국민은행(2조 5385억 원) ▲우리은행(2조 5244억 원) ▲농협은행(1조 6561억 원) 순이었다.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의 영향이 컸던 국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실적이 1년 전보다 성장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내려가면서 은행권의 수익이 둔화된다. 올해에도 하반기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미리 반영되면서 3분기 들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하락세를 보였다. 5대 은행의 3분기 NIM은 평균 1.58%로 전분기보다 0.07%포인트(p)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5대 은행은 3분기까지 총 31조 4383억 원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30조 9366억 원) 대비 1.62% 증가한 규모로, 3분기에 거둔 이자이익만 10조 3755억 원에 달한다. 빠르게 불어난 대출 규모가 나빠진 수익성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고,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이 9월로 밀리자 막차 수요까지 더해져 가계대출 규모가 폭증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에만 22조 3948억 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따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해 왔던 것도 이자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분기 여러 차례에 걸친 대출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따라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대출금리를 조정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NIM하락폭이 적거나 늦게 반영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이자이익의 성장세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4조 569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 4750억 원) 대비 16.75% 늘었다. 특히 은행들이 자산관리(WM)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수수료수익이 대폭 개선됐다. 5대 은행의 3분기 수수료이익은 1조 236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9% 늘었다. 누적 기준 수수료이익은 3조 6873억 원에 달한다.
은행들이 이자이익을 통해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가 이익을 냈다고 하면 다들 칭찬하는데 은행은 이익이 났다고 하면 뭐라고 한다"며 "제조업은 수출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엄청나게 혁신을 하는데, 은행은 과연 혁신이 충분했는지 문제 의식을 던진다"고 말했다.
또한 "금리가 상승하면 구조적으로 이익이 많이 나고, 금리가 내려가면 이익이 주는 패턴이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는데,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주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든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지속되면서 영업확대도 어려워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창출 능력이 앞으로의 실적 향배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거세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NIM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대출 성장 둔화에 따라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개선, 신용위험 완화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 등으로 은행업의 수익성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