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지방소멸 부추길 정부의 ‘생활인구’ 정책

2024.11.15 06:00:00 13면

 

11월 1일 정부는 “지방자지단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한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2월 11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생활인구’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른 새로운 인구개념으로 올해부터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산정되고 있는데, “등록인구(주민등록인구, 등록외국인) + 체류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로 구성된다.

 

체류인구의 유형은 통근, 통학, 관광 등이 있다. 정부의 개정안이 입법되면 인구감소 지자체들에게 생활인구 지표는 예산 확보의 사활이 걸린 성과지표가 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입법 예고 이틀 전인 10월 30일 「‘24년 2/4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정부는 체류인구의 카드결재액 통계를 함께 제시하며 “인구감소지역 찾은 2360만 체류인구, 방문 지역에서 실제 거주인구만큼 카드 결제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체류인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체류인구 늘리기를 통한 인구소멸 위기 대응을 부추긴 것이다.

 

위 발표에서 생활인구 중 체류인구 비중이 높은 지자체 1위는 양양군(17.4배)이고, 내가 살고 있는 가평군은 2위(15.6배)다. 가평군은 체류인구를 늘리는 축제들이 많이 열리는 곳이다. 2004년부터 개최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하며 가평군의 체류인구를 늘려왔다. 2023년과 올해 2년 연속 ‘경기 관광 축제’로 선정된 자라섬 꽃 축제는 수십만 명의 관광객 즉 체류인구를 불러모으고 있다. 이번 정부의 2/4분기 생활인구 통계 조사 시점에 자라섬 꽃축제가 열려 생활인구 (결국 체류인구)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과연 이런 성공적인 축제의 역사가 가평군 인구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었을까?

 

지난 5년간의 통계를 살펴봤다. 2019년 6월 주민등록인구 6만 4005명, 2024년 6월 6만 3633명. 372명 줄었다. 10세 이하 등록인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9년 6월 4159명, 2024년 6월 3063명으로 1096명 줄었다. 그 감소율은 26.4%로 전체 인구 감소율 0.6% 보다 월등히 높다. 가평군 내에서 체류인구를 끌어모으는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 동안 가평군의 인구소멸 위기는 더욱 심화된 것이다. 체류인구 비율이 가장 높았던 양양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019년 9월 2만 7694명, 2024년 9월 2만 7582명으로 역시 줄었다. 체류인구가 늘어난다고 등록인구가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생활인구를 늘리라고 한다면 인구감소 지자체 공무원들은 늘리기 힘든 등록인구 대신 체류인구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주민 정책 대신 행사계획을 세우느라 바빠질 것이다. 더구나 이런 식의 체류인구 증가는 지방세(취득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는 늘지 않는데 국세(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지방의 중앙 예속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지방소멸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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