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역사관을 꾸준히 비판해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무너진 역사관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로 독립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반대 목소리도 적잖다.
기존 ‘올바른 역사관 전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천안 독립기념관의 존재에 예산 낭비에 그치거나 자칫 국가보훈부와 정치적인 경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는 내년 용역을 거쳐 천안 독립기념관과 차별화된 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어쨌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19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도는 내년 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마스터플랜 연구에 착수한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대한민국 역사, 그 기억과 미래’ 특강을 열고 “잘못된 역사관으로 오도하는 여러 움직임이 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에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5일에는 “독립기념관 건립을 본격 추진하고 참전명예수당을 증액한다”며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말했다.
즉, 경기도립 독립기념관 건립은 김 지사에게 있어 일종의 정부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역할론’을 상징하기도 한다.
문제는 충남과의 관계다.
김 지사는 경기도립 독립기념관을 건립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역사 알리기, 보훈복지 등을 하겠다는 주장인데 기존 천안 독립기념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도의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김 지사의 독립기념관 건립 추진을 제재하고 나섰다.
충남도의원들은 경기도립 독립기념관 건립 계획에 대해 천안 독립기념관의 법적·위상 훼손, 국론 분열·재정 낭비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준호 경기도의회 의원도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김동연 지사 말 한마디로 발표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충청권을 방문하고 충남과 베이밸리 메가시티 공동연구 합의를 맺는 등 발을 넓혀온 김 지사는 이번 사안으로 애써 다져온 충청권 민심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경기도 독립기념관 추진에 있어 지역적인 설득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다.
이를 위해선 유공자 보훈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참전명예수당 규모가 증액 이후에도 17개 광역단체 중 하위 3번째에 그치는 등 실질적 보훈복지를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 경기신문 2024.11.18 “내년 50% 인상한다지만”…경기도 참전명예수당, 여전히 적어)
또 당장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계획 발표 직후 국가보훈부도 독립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하면서 자칫 국내 제2독립기념관, 수도권 첫 독립기념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인 경쟁으로 비춰질 문제도 있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 독립기념관에 대한 시선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어쨌든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용역에서 부지 적절성, 기념관 콘셉트 등 내용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천안 독립기념관과 다르게 건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