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한 선도지구 지정을 이번 주 내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5개 신도시 가운데 재건축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단지를 선정해 규모와 일정을 공개할 계획이다.
25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신도시별 발표 시점을 조율하며 동의서 진위 확인 등 최종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선도지구를 한꺼번에 모두 발표하는 대신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도시별로 시차를 두고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선도지구 지정은 약 2만 6000가구에서 최대 3만 9000가구 규모로 추진된다. 정부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 4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4000가구를 기본 규모로 설정한 바 있다.
◇ 분당, 경쟁률 7.4배…동의율 90% 넘어
올해 9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에는 총 15만 3000가구가 몰려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 중 61%에 해당하는 99개 구역이 접수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성남시 분당 신도시에서는 선도지구 공모 대상인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중 양지마을, 시범단지 삼성한신 등 총 47곳이 공모에 참여했다. 지역 내 선정 규모 8000가구에 비해 5만 9000가구가 접수되며 7.4배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 구역의 평균 동의율은 90.7%에 달하며, 대부분 95% 동의율 기준을 충족했다.
분당 내 일부 단지들은 공공기여 비율을 최대 15%까지 높이며 가점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기부채납은 사업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기본 공공기여율 10%를 넘어 추가 5%까지 기여하는 단지들이 있다”며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 재건축 기대감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서현동 ‘시범한신’ 전용 84㎡는 지난달 17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파크타운롯데’와 ‘양지마을2단지’ 등도 각각 17억 원, 24억 9000만 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 일산·평촌·중동·산본도 경쟁 치열
고양시 일산은 47개 특별정비예정구역 중 22곳이 공모에 참여해 총 3만 가구가 신청됐다. 이는 선정 예정 규모 6000가구 대비 5배를 넘는 수준이다. 일산의 평균 동의율은 84.3%로 나타났으며, 용적률을 현재 169%에서 30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안양 평촌에서는 은하수·샛별 마을, 샛별한양1·2·3 등 9곳이 공모에 참여했으며, 평균 동의율은 86.4%다. 중동과 산본에서도 각각 12곳(2만 6000가구), 9곳(2만 가구)이 신청하며 경쟁이 치열하다.
◇ 재건축 성공 관건은 추가 부담금과 경제성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성공 여부는 추가 분담금 부담과 사업성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지정된 선도지구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부담 수준에 따라 사업 진행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3만 호를 지정하더라도 실제로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도지구 발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경제성과 주민 부담 조율이 향후 재건축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