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한 비상계엄령에 대해 위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각 정부 기관 간부들이 명령을 거부하거나 사퇴 의사를 밝히는 반면, 경찰 지휘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이 국민의 평온한 일상보다 적법하지 않은 정부 명령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4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헌법 77조에 명시된 계엄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위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지휘부는 계엄령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령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한 시·도경찰청장 고위관계자는 "국가적인 비상 상황에서 청장으로서 개인 의견을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경찰의 태도는 계엄령을 거부하거나 항의하는 다른 국가 기관 간부들과 극명히 대조된다.
법무부의 류혁 감찰관은 계엄령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 또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는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행정안전부의 경기도청 봉쇄 요청에 대해 "위헌적인 계엄령에 저항하며 경기도정을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경정급 관계자는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 체계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간부와 직원들이 상부의 명령을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청장급과 서장급 지휘부도 계엄령 지시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경찰의 안일한 모습에 시민들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수원시 인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시민 A씨는 "경찰이 시민보다 잘못된 명령을 우선시한다면 시민들에게 경찰은 어떤 존재인가"라며 "경찰을 믿을 수 있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위법한 명령을 따라야만 한다면 경찰 간부들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거절할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잘못된 명령에 순응하는 경찰을 어떻게 믿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C씨는 "경찰은 상황에 따라 민중의 지팡이도, 몽둥이도 될 수 있다"며 "과거 독재 정권 당시 경찰이 공포의 상징이었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