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박사의 맛있는 인천 섬 이야기] ㉞백령도 호박김치

2024.12.08 12:43:33 14면

 

11월 중순에서 12월 초, 겨울이 시작되면 전국에서 김장이 한창이다. 이웃 간의 나눔으로 이어지는 김장 문화도 많이 보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인천 섬에서는 어떤 김장 문화가 있을까? 옹진군 백령도의 독특한 김장 음식, 호박김치를 소개해 보려 한다.

 

역사적으로 백령도 주민들은 황해도 지역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생활용품과 공산품을 조달했다. 1910년에는 백령도 고봉포에서 황해도 장연군 덕동포로 연결되는 배가 운항했으며 1926년에는 대청도, 백령도, 덕동포를 잇는 항로가 격일제로 운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항로는 3년 만에 중단됐고, 이후 1933년 30톤급 발동선 두 척이 다시 운항을 시작했다. 1938년에는 장연군 출신 김석춘 등 네 명이 이를 인수해 해방 전까지 운항을 지속했다.

 

해방 전 백령도 주민들은 몽금포, 덕동포, 구미포를 통해 황해도 장연읍의 오일장을 찾아 생활용품과 공산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분단으로 인해 장연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주민들은 옹진군 읍저를 통해 옹진의 오일장을 이용하게 됐다.

 

6·25 전쟁 이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현재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정기 여객선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사들이고 있다.

 

 

백령도 호박김치는 황해도의 음식문화와 섬 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어우러져 탄생한 음식이다. 이는 단순히 겨울철 먹거리를 넘어, 백령도 주민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1958년 11월 12일 경향신문에 백령도 호박김치의 조리법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먼저 배추는 절여 씻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호박은 껍질을 벗긴 뒤 7㎝ 두께로 잘라 소금에 절인다.

 

초피나무는 줄기만 제거하고, 분지(산초)는 그대로 사용한다. 까나리젓 한 사발에 갖은양념을 넣고 배추와 호박을 골고루 버무린 뒤 항아리에 저장한다.

 

완성된 호박김치는 배추와 호박을 함께 꺼내 돼지등뼈와 된장을 넣어 찌개로 끓여 먹는다. 겨울철 찌개로 즐기기에 적합한 음식이다.

 

백령도 장촌이 고향인 김금미 씨는 호박김치를 “김장할 때 담가두고 겨울에서 봄까지 찌개로 끓여 먹는다”라 “추운 겨울에 먹으면 뜨끈한 국물 맛과 삼세기(꺽주기) 알이 입안에서 터지는 식감, 그리고 분지(산초)의 향이 어우러져 지금도 겨울철 별미로 즐긴다”고 전했다.

 

김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직접 담근 호박김치를 먹으며 자랐고, 현재는 인천에 거주하면서도 백령도에 사는 친척들이 보내주는 호박김치를 가족들과 함께 겨우내 즐긴다고 한다. 특히 분지(산초)와 삼세기(꺽주기)를 많이 넣어 끓이는 것이 집안의 풍습이라고 말했다.

 

분지(산초)는 추석 무렵 까맣게 익은 열매를 소금에 절여 보관해 뒀다가 김장 때 사용한다.

 

삼세기(꺽주기)는 주로 백령도와 소청도에서 10월경에 잡히는데, 이때 알을 분리해 저장했다가 호박김치를 담글 때 넣는다. 분지(산초)와 삼세기(꺽주기)를 많이 넣으면 향이 독특해질 수 있는데,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적게 넣어 조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령도 호박김치는 황해도 전통 음식 문화와 백령도 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반영된 음식이다. 백령도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지혜가 녹아든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글 : 김용구 박사(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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