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선 시계가 빨라진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죄’ 확정판결 시기와 맞물리게 되면서 향후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더 몰아붙이고 민주당은 최대한 갈등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단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며 국회-정부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12·3 계엄 사태 이후 한 권한대행도 탄핵 대상이라는 주장을 펼쳐왔으나 전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한 권한대행이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자 입장을 바꿨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정부가 먼저 자세를 낮추고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조를 얻어 국제사회 신뢰를 유지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안심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무엇보다 한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할 경우 헌법재판관 임명이 늦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7명 이상 출석으로 심리가 진행되며 6명 이상 찬성 시 파면된다.
현재는 헌법재판관 구성인원이 6명뿐으로 원래대로면 심리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을 위한 가처분 신청에 따라 임시로 심리가 가능한 상태다.
이 방통위원장 심판사건 접수일은 지난 8월 5일이며 현행법상 심판기간(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 선고)에 따라 내년 1월까지는 6명 체제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안이 기각,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되는데 현재 재판관 6명 중 4명이 보수성향이라 기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추가 임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공석인 3인을 임명해 정족수를 채우면 내년 1월을 넘기더라도 탄핵심판이 가능하지만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최대한 한 권한대행과 갈등을 피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상고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내 판결을 내려야 해서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확정판결은 아무리 늦어도 5월 15일에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A4용지 44쪽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분량은 비슷하지만 탄핵사유가 명료해 보다 단기간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A4용지 42쪽 분량에 13개 사유가 담겼고 심판에 91일이 걸렸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도 91일로 가정하면 내년 3월 14일 판결, 내년 5월 12일 내로 대선이 열린다.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시기에 빠듯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도 헌법재판관 1명이 공석이었는데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은 권한 범위에 대한 여야 논쟁 속 임명을 미뤘고 결국 8인 체제에서 심리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헌재는 8인 체제에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심리를 진행했지만 6인뿐인 현재는 한 권한대행이 ‘시간 끌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또다른 점은 여·야당 뿐 아니라 친윤(친윤석열) 대 친한(친한동훈)으로 갈린 여당 분위기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갈등 조정 부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여야 당파싸움 추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친윤 핵심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를 거부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