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늦추기 위한 ‘꼼수’를 부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헌재의 ‘신속·공정’ 기조에 따라 선고시기에 큰 이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17일 공개변론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헌재가 전날 발송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서에 대해 24시간 넘게 공식 접수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의결서 수령으로부터 7일 이내인 답변서 제출 기한이 늦어지고 있다.
헌재는 답변서를 토대로 사건 쟁점 등을 검토하고 변론 준비, 소환·공개변론, 재판 평의, 결정문 작성, 선고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데 당장 오는 27일 준비기일부터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늦추기 위해 시도한 꼼수들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증인을 신청하고 채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호인단 전원사퇴를 시도하거나 출석 의지를 밝히며 변론기일 연기를 요구하는 등 시간끌기 전략을 펼쳤다.
당시 1명 공석으로 8인 체제였던 헌재에서 진보 인사로 분류되던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 7명 중 2명만 반대해도 기각되는 상황을 노린 것이다.
원칙상 대통령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7명 이상 출석으로 심리가 진행되며 6명 이상 찬성 시 파면된다.
윤 대통령도 비슷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헌재는 6명뿐이지만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상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임시로 가능하다.
‘임시’ 기간은 내년 1월까지가 될 가능성이 큰데 이를 노리고 선고를 늦추기 위한 각종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3개 공석을 채우면 이 기간을 넘겨도 심리가 가능하지만 역시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있다.
박 전 대통령 직무정지 당시 황 권한대행은 1개 공석에 대한 임명을 미루다가 파면선고 이후에서야 신임 재판관을 임명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이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을 서둘러 임명한다고 해도 진보 인사 4명, 보수·중도 인사 5명으로 수적인 유·불리는 뒤집히지 않는다.
헌재 재량으로 해석되는 헌법재판소법(헌재법) 제51조가 심판 정지로 이어질 여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만약 정지됐다가 기존 재판관들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의 임기(2025년 4월 18일)가 끝날 경우 박 전 대통령이 노렸던 것처럼 2명만 반대해주면 윤 대통령 탄핵안은 기각된다.
다만 변수의 변수도 있다.
과거 야당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 황 권한대행은 임명을 안 하고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은 그 상황을 역으로 활용해 시간끌기를 시도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8인 체제인 헌재에선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황 권한대행이 공석을 채워줄 때까지 심리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결원 상태인 1인은 사실상 반대표로 오히려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면서 8인 체제에서 심리를 그대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권한대행 임명권 논쟁이 결론나길 기다리느라 더 중대한 사안인 탄핵심판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3명의 진보성향 재판관뿐 아니라 5명의 보수성향 재판관까지 전원이 탄핵에 찬성했던 것도 박 전 대통령에게 변수였다.
이런 박 전 대통령 사례를 이번 상황에 대입해보면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 구성·증인 신청 등으로 시간을 끌어도,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권으로 시간을 끌어도 헌재는 신속한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수 인사의 헌법재판관이 더 많아도 탄핵사유가 정당하다면 전원 찬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헌재법 제51조 역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지난 14일 헌재에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로 접수됐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