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문화계도 애도를 표하고 있다. 기부가 이뤄지기도 했고 콘서트와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깊은 애도와 함께 신년 문화계 소식을 전한다. 신년에는 겸재 정선과 루이즈 부르주아전, 대형 뮤지컬, 초연 연극 등이 찾아온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조명 ‘겸재 정선’ 展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삼성문화재단은 상반기 호암미술관에서 ‘겸재 정선’ 展을 개최한다.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진경산수화의 대가를 심도 있게 조명해 고미술을 탐구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조선 후기 문인화가로서, 진경산수화의 대가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거쳐 일찍이 화도(畵道)에 입문해 묵객의 길을 걸었다. 유자(儒者)로서 소양이 풍부했고 ‘주역’과 ‘중용’ 같은 경학에도 밝았다. 30대에는 기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36세 되던 1711년 금강산의 진경산수화에 능한 문인화가로 이름을 떨치며 등장한다. 김창집, 김창흘, 김창업 등과 교류하고 벼슬길에 나선다.
정선은 조선 초·중기 이래 축적돼 온 내부적인 회화 전통 위에 명청대에서 전래된 국제적인 화풍을 체득한 뒤 민족적 자존의식과 국토애를 표현했다. 쓰고 버린 붓이 무덤을 이룰 정도로 평생에 걸친 사생과 사의 작업을 통한 각고의 노력으로 창조적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공동주최해 정선의 회화 세계 전모를 살펴볼 수 있다. 진경산수화는 물론 산수, 인물, 화조영모화 등 대표작 120여 점이 전시된다.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
하반기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을 조명하는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이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부르주아의 대규모 미술관 개인전이다.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는 프랑스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가다. 어린시절 태피스트리를 수선, 제조해 판매하는 부모의 일을 도우며 뛰어난 미술적 재능을 보였다.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해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레제(Fernand Leger)의 문하생으로 일하기도 했다.
194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조각을 시작했고,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에는 수직성을 강조하는 기하학적 추상 경향을 보였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20세기 가장 주목하는 조각가로 꼽혔다. ‘관계’에 초점을 맞춘 그의 작품은 신체와 가족, 타인 등 삶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대한 거미 조각 ‘엄마’, ‘밀실 Ⅺ(초상)’ 등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한국에서 최초 공개되는 초기 회화 등이 전시된다. 특히 일기와 정신분석일지 등 작가의 내면 세계를 보여주는 글도 공개돼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피에르 위그 개인전’, ‘이불 개인전’, ‘현대미술 소장품전’
리움미술관은 2025년 첫 기획전으로 생태학에서 기술과학에 이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바탕으로 현대사회 이슈를 폭넓게 다뤄온 작가 피에르 위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에는 피에르 위그의 신작들이 전시되며 영상과 사운드,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하반기에는 이불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이불 작가는 인간과 기술,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인류의 진보주의적 열망과 실패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작가다. 리움미술관과 홍콩 M+미술관이 공동기획하는 이번 전시는 9월 리움 전시를 시작으로 2026년 3월 M+로 이어진다.
3월 초엔 리움미술관 소장품전인 ‘현대미술 소장품전’이 개최된다. 리움의 상징적인 소장품인 자코메티를 비롯해 그간 전시 기회가 적었던 조각 소장품들이 새로운 연출과 해석으로 M2 전시장에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조나단 라슨의 ‘틱틱붐’, ‘렌트’
유망한 젊은 작곡가로 수년의 세월을 견뎌내고 브로드웨이의 새 역사가 될 ‘렌트’ 공연을 하루 앞두고 사망한 조나단 라슨의 두 공연이 공연된다.
2월까지 공연될 ‘틱틱붐’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로, 서른 살을 앞두고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라슨의 초조함과 꿈을 담은 극이다.
11월엔 폭발하는 젊음과 삶에 대한 본질을 얘기하는 ‘렌트’가 공연된다.
■세계적 연출가 존 티파니의 작품 ‘원스’, ‘렛미인’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블랙 워치’를 연출한 천재 연출가 존 티파니의 작품이 올해 공연된다. 뮤지컬 ‘원스’는 2014년 초연된 이후 10년 만에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와 연기, 안무를 담당하는 공연이다. 오디션을 거친 배우들은 약 10개월 간의 연습을 거쳐 무대를 준비했다.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2016년 소개된 연극 ‘렛미인’이 7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1500명의 지원자가 몰린 치열한 오디션 끝에 배우들은 심플한 무대, 충격적인 무대효과, 시공간을 가득 채운 음악으로 쓸쓸하면서도 매혹적인 뱀파이어의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뮤지컬 멤피스
2025년 6월엔 뮤지컬 ‘멤피스’가 공연된다. 차별과 갈등이 만연했던 1950년대 미국 남부 도시 멤피스를 배경으로 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갈등과 차별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한 음악을 통해 편견을 무너뜨린 주인공을 통해 음악의 힘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2023년 한국 초연 당시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무대예술상(음향디자인), 프로듀서상 등 5관왕을 달성했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의 줄리엣’이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으로 탄생했다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그의 연인 비올라의 사랑은 불멸의 이야기가 되어 울림을 준고 꿈을 좇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1998년 개봉한 원작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등에서 수상했으며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과 영국의 작가 리홀에서 탄생한 연극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으로 진출했다. 우리나라에선 2023년 초연 이후 두 번째다.
■연극 ‘프리마파시’
상대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변론으로 승소를 이끄는 변호사 테사가 어느날 성폭행 피해자가 돼어 겪는 격랑의 2년을 기록한 작품이다. 시스템의 모순과 인간의 신념이 변화화는 과정을 담았다. 2023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선보였고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에서 공연됐다. 한국 초연으로 8월 공연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