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사다난' 2024년 사라진 연말 분위기…"2025년은 행복하길"

2025.01.02 06:00:17 11면

각종 회식과 행사 이어지던 연말…올해는 '전무'
아리셀·계엄 등 큰 사건 잇따라 소비 심리 감소

 

"지금이 대목인데 손님이 오질 않네요. 2025년에는 나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2024년의 끝을 맞이한 지난 12월 31일, 평소에도 북적이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인계박스'에는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한숨을 쉬며 흡연하는 식당 주인과 아르바이트생들만 몇몇 볼 수 있었다.

 

늘쌍 인파로 북적이며, 자리가 나길 기다리던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던 각종 술집과 식당, 카페들도 비어 있었다. 연례행사처럼 한 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던 각종 회식이나 저녁 자리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식당 종업원은 "매년 이맘때는 한 해 중 가장 사람이 많은 대목이어서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올해는 유독 한산하다"며 "매일이 적자였던 코로나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어떻게 코로나가 끝났다는 기쁨이 1년을 가지 않나"고 토로했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일감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연신 대리운전 애플리케이션을 켜며 손님이 없는 지 확인을 했지만 운전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다.

 

대리운전 기사 손기정(가명·52) 씨는 "운전이 끝나면 바로 다른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일상었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손님이 없다. 부업으로 이 일을 하는데 허탈감이 들 정도이다"고 호소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각종 대형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손님들의 '소비심리'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뒤이어 8월 19명이 사망한 낸 '부천 호텔 화재 사고',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수원에서 직장을 다니는 고미선(가명·38) 씨는 "요즘 뉴스만 틀면 이전에는 전혀 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나와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즐거운 분위기가 일절 없다 보니 회사 동료나 지인들끼리 모이는 자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시민 최보연(가명·25) 씨는 "친구들과 계획한 연말 약속과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며 "주머니 사정도 문제이지만, 각종 사건사고가 수도 없이 발생해 '나도 당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밖을 나가거나 돈을 쓸 생각이 들질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12월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18.3포인트 하락한 코로나19 사태 2020년 3월 후 최대 낙폭이며, 지수는 2022년 11월(86.6) 후 최저치다.

 

전국 프렌차이즈 음식점 대표 김주영(가명·43) 씨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좌우한다. 흉흉한 소식이 끊이질 않으니 소비 욕구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5일 성탄절부터 '연말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같지가 않다'는 말을 하는 손님들이 있었다"며 "업종과 업계를 떠나 부디 2025년에는 행복한 소식이 끊이질 않길 바랄 뿐이다"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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