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총기와 실탄을 휴대한 경찰력을 배치하는 등 계엄을 막무가내로 따른 정황이 나왔음에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경찰 지휘부는 전무하다.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경찰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얼굴을 들기 부끄럽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계엄을 따른 경찰 지휘부 중 어느 누구도 사과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계엄 당일 K-1 소총과 실탄 300발을 휴대한 채 선관위 청사를 통제해 '과격하게 계엄을 따랐다'는 지적에는 오히려 언급을 자제하는 등 '쉬쉬'하는 모양새다. 경찰서장급에 해당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선 '명령을 따랐다'며 옹호하는 분위기다.
경감급 경찰 관계자는 "지휘부가 경찰이 총기를 들고 계엄령을 따른 점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법과 명령에 따르는 것과, 민주 경찰로서 시민을 지키는 것 중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을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경찰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11일 선관위 경찰 투입을 지시한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단체의 고발이 있은 후에야 같은 달 26일 뒤늦게 피의자로 전환했다.
한 총경급 경찰 관계자는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과 문진영 과천경찰서장 등은 계엄이라는 긴급한 상황에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상부의 명령을 우선 따른 것 아닌가"라며 "옳고 그름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지만 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조직 특성 상 할 일을 한 것이란 시각이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말 잘 듣는 경찰, 조직 내에서 사회생활을 잘하는 이들이 승진에 유리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결국 상명하복에 투철한 이들이 경찰 지휘부에 포진했다 보니 계엄을 무작정 따르기만 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인사 및 조직개편으로 경찰 조직을 손보지 않으면 퇴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을 향해 쓴소리 할 수 있는 노조 등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는 노조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경찰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지휘부 자체에서 무시해 버리니 힘을 못 쓰는 것"이라며 "지휘부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개선점을 건의하는 등 조직 내 자정작용이 필요하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민주 경찰이 되기 위해선 협의회와 같은 노조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