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에 모두가 경악했다. 어이없는 날벼락에 ‘진짜야?’ ‘왜?’’를 외친 이들이 많았다. 친위 쿠데타에 실패한 그를 탄핵소추 하는 건 상식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7일 1차 표결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보이콧으로 탄핵에 실패했다. 1주일 후인 14일 여의도와 전국 주요 도심를 가득 메운 수십만 시민의 힘으로 가까스로 탄핵은 가결됐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관저에서 철옹성을 치고 체포영장에 저항 중이다.
무엇이 이같은 윤 대통령의 몰상식을 이끌고 있을까?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계기가 ‘극우 유튜브에 매몰’됐기 때문이란 진단은 설득력이 있다. 유튜브 중독된 대통령은 ‘부정 선거’ 미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계엄선포 전까지 언론다운 언론은 부정 선거란 용어를 기사에 담지 않았다. AI시대 알고리즘의 폐해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탄핵 이후 일부 언론들이 보이고 있는 사이비 행태가 그의 판단을 더 흐리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극우 유튜버 고성국이 주필로 있는 아시아투데이란 신문이 1월 3∽4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에 의뢰한 조사결과를 5일자에 실었다. 일부 언론의 검증없는 인용 보도가 포털 뉴스를 장식했다. 문화일보는 5일 오후 ‘尹지지율 계엄 후 첫 40% 돌파···2030 지지율 40% 근접’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대선 후보 당시 어퍼컷 세리모니 사진도 같이 실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온 가수 JK김동욱의 인스타그램 사진과 함께 ‘尹 지지율 40% 돌파에···JK김동욱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월 11일엔 ‘尹지지율 조작설에···김정은 신뢰도 77% · 김어준 조사 재소환’이라는 기사로 아시아투데이 여론조사가 문제없다는 식으로 다뤘다.
다행스러운 건 유력언론들은 이 여론조사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김승련 논설위원은 ‘응답률 기준 강화해야 저질 여론조사 막는다’는 칼럼으로 아시아투데이의 여론조사를 직격했다. 중앙일보는 일요일인 12일 아침 ‘직무정지 尹 지지율이 40%?···여론 호도 여론조사 판친다’는 기사로 아시아투데이 조사를 비롯해 국내 여론조사 기관의 문제를 고발했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란 기법이 있다. 품질이나 내용, 서비스 등과는 상관없이 부정적인 이슈를 의도적으로 조성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대체로 시장에 처음 진출하거나 인지도가 낮은 기업이 사용한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혹(惑)은 마음(心)과 확실하지 않다(或)는 두 글자가 합해진 글자다. 마음(정신)이 어지럽다는 말이다. 그러니 혹세는 세상을 어지럽힌다 말이다. 무(誣)는 말(言)과 속인다(巫)는 뜻을 가진 두 글자가 합해진 글자다. 없는 사실을 가지고 말로 속인다는 뜻이다. 그릇된 이론이나 믿음을 가지고 사람을 속이고,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사이비 종교 교주나 정치화된 교수, 사이비 언론이 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