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치솟는데 韓 금 보유량 12년째 제자리…왜?

2025.02.13 15:38:29 5면

금 보유량 12년째 104.4t
세계 순위 32위서 38위로 밀려
유동성 낮아 빠른 현금화 어렵고
변동성도 높아…폭락 '트라우마'도


금(金)값이 고공행진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한국은행은 금 매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보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늘리는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13일 한은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013년 20톤(t) 규모의 금을 사들인 후 12년째 금 보유량 104.4t로 묶어두고 있다. 현재 한은이 보유한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되는데, 지난달 말 기준 47억 90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2%에 불과하다.

 

한국 금 보유량 정체된 사이 각국 중앙은행이 금 사들이면서 우리나라 국가별 금 순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세계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세계 32위던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 순위는 지난해 말 38위로 밀려났다.

 

한은의 기조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는 흐름과도 동떨어져있다. 세계금위원회는 "각국 중앙은행이 3년 연속으로 총 1000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며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1186t으로 4년 만에 최고였고, 특히 4분기에만 333t에 달했다"고 전했다.

 

한은이 금을 사들이지 않는 이유는 낮은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 때문이다. 우선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해 유동성이 낮아 즉시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다.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이 자주 이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유동성을 고려한다면 외환보유액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가격이 단기적으로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높다는 것도 취약점이다. 특히 한은은 앞서 2011~2013년 금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가 금값 하락세를 직면했던 경험이 있어 더욱 강하게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입 당시 온스당 1200~1900달러였던 금값은 2016년 1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최근 금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국가들이 미국과 마찰을 빚는 곳들이라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지난해 4월 블로그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 하거나 전쟁 등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높은 국가 위주로 금 매입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 추가 매입 여지를 아예 닫아놓지는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 여건을 주시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