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빈집 해소 3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빈집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인구 유입의 중심지이자 가장 많은 주택 공급이 이뤄진 지역임에도 공급이 과도하거나 기존 주택이 방치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흉물로 방치돼 주거환경을 해치고 우범 위험성마저 높이고 있는 빈집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효율적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연도별·지역별 미거주 주택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의 빈집 수는 153만 4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106만 8000가구) 대비 43.6% 증가한 것이다. 전국 빈집 비율은 2015년 6.5%에서 2019년 8.4%까지 치솟았고, 2021년 7.4%로 다소 감소했으나 2023년 다시 7.9%로 상승했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빈집의 18.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도내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평택(11.2%)으로 나타났다. 이어 화성(8.1%), 부천(6.3%), 수원(6.1%), 남양주(5%) 순으로 빈집 비율이 높았다. 도는 앞서 지난달 중순 시장·군수 등이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주민공람을 실시하기 전 도지사 의견을 청취하는 내용 등을 담은 ‘빈집 정비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시·군에 배포했다. 개정안에는 빈집 실태 조사 시 빈집소유자의 빈집정보 공개유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는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시장·군수가 내실 있는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2025년 경기도 빈집정비사업을 효율적 추진해 도심 속에 방치된 빈집을 적극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빈집 증가는 단순한 주택 공급 과잉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방치될 경우 주변 주택 가치 하락은 물론, 도시 슬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인구 1000명당 빈집 수는 전국 평균 29.9가구로, 2015년(1000명당 20.7가구)보다 크게 증가했다.
경기도는 ‘빈집 해소 3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빈집 해소 촉진을 위해 재산세, 양도소득세, 부동산종합소득세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빈집을 철거해 나대지가 되면 재산세가 오히려 인상되어 철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기도는 나대지를 공공 활용하는 경우 철거 전 재산세에 따라 세 부담을 동결하도록 지방세법 개정을 제안하고 있다. 또 ‘세컨드 홈’ 특례에 인구감소 관심 지역인 동두천시와 포천시의 빈집도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제시하고 했다. 세컨드 홈 혜택은 종전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 1채를 추가 취득하면 1주택자에 준하는 재산세, 양도소득세, 부동산종합소득세 특례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흉물로 방치된 빈집은 지역의 미관을 해치고 주택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범죄와 연계될 수 있다. 빈집 증가는 나아가 지역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그럼에도 빈집 소유주들은 복잡한 소유관계나 개인 사정 등이 얽혀 있어서 관리가 쉽지 않다. 올해부터 행안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중앙부처가 지자체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빈집을 방치하는 것은 주민의 삶터를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무관심이다. 전국적으로 빈집과 공터를 새로운 개념의 주민 편익 시설 등 공익 시설로 탈바꿈시켜 성공한 사례들은 많다. 국비나 지방예산 등 세금을 들여서 찔끔 흉내만 내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민간의 사업참여까지 견인해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날로 증가하는 빈집들을 전화위복의 시설로 활용할 더 많은 지혜가 절실하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행복한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