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계점으로 치닫는 갈등,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2025.03.14 06:00:00 13면

정치권은 헌재 압박 멈추고, 헌재는 조속히 판결 내놔야

우리나라는 그동안 크고 작은 숱한 위기와 시련을 격었다. 하지만 한 번도 위기에 무너져내린 적이 없었다. 위기때마다 주저함 없이 국민이 나섰기 때문이다. IMF외환위기 때도 그러했고,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그러했다. 외부의 경제적 충격과 나쁜 정치가 불러온 사회적 충격이 사회 갈등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기도 했으나, 주권자 국민의 마음이 모아지면서 갈등은 진화되었고, 끝 모를 것만 같았던 위기를 어느 순간 기회로 탈바꿈시켰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강한 회복력이고, 세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위기는 과거와는 다른 양태로 확대되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써 100일이 훌쩍 넘어버린 12.3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점점 극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처럼 불안이 엄습해온다. 

우선 과거 대통령 탄핵 판결보다 늦어지는 헌재의 선고기일도 사회적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변론 종결 14일 만에 선고했고, 박근혜 대통령 때는 11일 만에 선고기일이 잡혔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확대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헌재가 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지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법률적 숙고가 아닌 정치적 숙고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두 번째로는 정부가 나서서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는 최종적 수단은 법치다. 그런데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수호하고 따라야 할 정부가 헌법과 헌재의 판결을 거스르는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다. 헌재는 2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가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부여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 판결 직후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재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로부터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그는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위헌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길거리로 나가 연일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헌재를 압박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각하 또는 기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헌재 앞에서 24시간 ‘5인조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재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이는 것인데, 당 안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후 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검토하는 것 또한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회는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할 것”이라고 했고, 김병주 최고위원도 “자진 사퇴를 거부한다면 탄핵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력하게 단행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검찰총장 탄핵을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탄핵은 위헌적 법률 위반이어야 되는데, 이 사람은 법률을 위반한 게 아니라 잔수를 둔 것”이라며 탄핵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동안의 사례에서 보듯이 별 효용성도 없이 민주당의 힘자랑처럼 비춰지는 잦은 탄핵은 정국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극심한 갈등과 혼란은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만 의지해서 조속히 판결을 선고해야 하고, 국회와 정부, 정치권은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이 순간부터 국민의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해서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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