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탈 주택, 나만의 공간을 넘어... 공동체를 만드는 새로운 공간 건축의 제안

2025.03.13 14:29:43 10면

익숙한 집의 형태 허물고, 공동체와 연결되는 공간 필요해

◇ 탈 주택 / 야마모토 리켄, 나카 도시하루 / 안라그라픽스 / 296쪽 / 2만 700원

 

한국인에게 '집'의 형태에 대해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아파트'를 떠올릴 것이다. 아파트는 많은 세대의 가구들이 똑같은 구조로 지어진 공간에 거주하며 철저히 독립된 생활과 폐쇄적인 구조속에서 한 가구의 가족 구성원만이 생활하기 적합한 공간으로 짜여져 있다. 

 

아파트는 한국 전쟁 이후 도래한 산업화 시기에 급격히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도심 곳곳에 세워진 아파트는 노동자인 남성과 가정주부인 여성이라는 분업체제 속에서 자녀를 양육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고안된 주거 형태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번영의 시대가 찾아왔다. 노동의 형태도 변했고 가족의 형태도 변했다. 핵가족 사회로 완전히 탈바꿈한 현재 아파트는 사회적 고립과 이웃 간 단절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2024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리켄은 나카 도시하루와 함께 집필한 '탈 주택'을 통해 집이란 공간이 단순히 가족이 살아가는 공간을 넘어 가족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주택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두 저자는 '시키이(閾)'라는 개념을 대입한다.  시키이는 일본어로 '문턱'이란 뜻이다. 책에서 말하는 시키이는 한발짝이면 넘을 수 있는 경계선이 아니라 이쪽과 저쪽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택의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중간의 공간이다. 한국의 전통가옥으로 본다면 사랑방처럼 사적 공간이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외부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의미한다. 

 

1부에서 야마모토는 한옥의 사랑방처럼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시키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주택 안팍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그가 설계한 판교하우징과 강남하우징을 비롯한 건축물 7개를 분석해 그가 말하는 건축적 대안의 구체적 모습을 살펴본다.

 

2부에서 나카는 '시키이'의 개념을 발전시킨 주거 모델을 탐색한다. 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와 영향을 주고받는 건축물 2개의 구조를 자세히 풀이한다. 

 

저자들은 그저 응접 공간을 넘어 공동체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건축적 장치로 시키이를 설명한다. 오늘날 주택이 철저히 개인화 된 생활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면 시키이는 외부 세계를 주택안으로 끌어들여 관계를 회복하는 공간인 것이다.

 

두 건축가는 이 책에서 '1가구, 1주택'이란 개념을 비판하며 주택이 단순히 더 나은 주택이 아닌 건축을 통해 삶의 방식, 나아가 공동체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새로운 주거 방식을 제안한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

우경오 기자 ruddhpd@naver.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