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절대 돌아오지 않을 기회

2025.03.14 06:00:00 13면

 

비상계엄 선포(쿠데타) 이후 102일이 지났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한민국호가 폭풍우에 갇혔다.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탄핵찬반 군중들의 함성 속에 전국이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돌아봄, 스스로 객관화하는 과정이 없다면 자칫 우리 공동체는 그릇된 확신 속에 파괴되고 말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무사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는 이재명 과 민주당을 악마로 규정하는데서 출발했다. 그 악마가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겼으니 부정선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자칫 악마가 정권을 잡는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 뻔하니 군대를 끌여들여서라도 모조리 처단해야 했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그대로 극우세력에게 이식되고 증폭되었다는 점이다. 편향되고 맹목적인 확신은 무섭다. 서부지법이 초토화되었다. 헌재도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아니, 지금 가장 위태로운 사람은 이재명 대표가 아닐까? 벌써 한차례 칼에 테러를 당한 이재명 대표가 아닌가? 공격깊이를 감안하면 생존자체가 기적이라 할만치 심각한 테러였다. (헌정사상 처음인 야당대표 테러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대응은 더 기적적이었다. 테러사건을 ‘헬기이송 특혜문제’로 둔갑시키는 마법을 행했으니...) 지금도 아스팔트를 점령하고 있는 수만명의 극우맹동주의자들은 오매불망 “악마 이재명 처단”을 외친다. 탄핵심판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테러에 대한 제보가 민주당에 빗발친다고 한다. 그럼에도 경찰은 야당대표가 경호대상이 아니란다. 만일 또다시 테러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비극이 될 것이다.

 

내전을 방불케하는 대립 속에 각본 없는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지귀연판사가 구속기간을 ‘구속일(日)’이 아닌 ‘구속시간’으로 해석하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상고없이 윤석열 을 석방했다. 정작 지귀연판사 본인은 자신이 집필한 형사소송법해설서에서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고 적었으니 스스로 자기부정을 한 셈이다. 검찰은 이후 현장실무에서 논란이 되자 ‘구속시간’으로 적용하지 말 것을 지침으로 내려보냈으니 ‘웃자고 한 짓’인지 의문이다. 12.3내란이후 가장 궁금했던 점이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부대인 검찰이 왜 친위쿠데타에서 조용할까”였는데 결정적 시기에 곤경에 처한 주군을 풀어주며 내란에 전격 참전을 선언하며 물꼬를 다잡는 모양새다. 이제 이 선택의 후과는 온전히 검찰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시위현장에 ‘검찰개혁’이란 용어가 사라졌다. 누구도 이제는 검찰을 고쳐서 쓸 수 있는 집단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그 빈자리를 ‘검찰해체’라는 구호가 차지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절대 돌아오지 않는 다섯가지가 있다고 한다. “입밖에 낸 말, 쏘아버린 화살, 흘러간 세월, 돌아가신 부모님, 놓쳐버린 기회”가 그것이다. 검찰은 검찰공화국을 거치면서 자정의 기회를 영원히 놓친 것이다. 

 

폭풍우에 갖힌 대한민국호는 전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무게를 덜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내란에 본색을 드러낸 내란옹호 집권당과 똥별들이 가득한 군대, 그리고 사법부와 검찰까지 사회대개혁 차원의 대수술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한걸음 더 선진사회로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덧붙여 야당대표에 대한 경호도 시급하다. 어쩌면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않을 기회이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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