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확산에 안동 세계문화유산 소실 위기…'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불타

2025.03.25 18:35:18

의성 시작된 산불 안성 번져 문화재 소실 위기
경남 산청 화재 강풍으로 불길 확산 진화 난항

 

경상북도 의성시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시까지 확산하면서 각종 문화유산이 소실될 위기에 처했다.

 

25일 안동시 등에 따르면 의성시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날 오후 안동시 풍천면 일대로 번졌으며 오후 3시 30분 기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km 떨어진 곳까지 옮겨붙었다.

 

오후 3시 55분쯤 하회마을 주민에게 대피 문자가 발송되는 등 불이 번지는 속도를 고려할 때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근처까지 산불이 도달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풍천면에는 하회마을과 함께 안동을 대표하는 병산서원 등 문화유산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안동시와 소방당국은 병산서원에 소방차 3대를 긴급 배치했으며, 주요 시설물 등에 물을 뿌리면서 날아온 불씨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병산서원 만대루에도 물을 뿌리는 등 조치할 계획이다. 화재 지연제 등을 사용하는 것과 현장 배치 인력을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회마을 관계자는 "1시간 전 북풍이 불 때 낙동강 건너 산 하나 너머로 연기가 보였는데 풍향이 서쪽으로 바뀌면서 연기가 다른 쪽으로 빠져 나간 것 같다. 현재 하회마을에서는 연기가 보이지 않지만 풍향이 바뀌면 순식간에 불이 하회마을을 덮칠 수도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동시는 산불 확산에 대비해 길안면에 있는 만휴정과 용담사, 묵계서원에 소방차와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불이 급속도로 확산, 청송으로 번지면서 이날 오후 4시쯤 장비와 인력을 철수했다.

 

불이 만휴정 바로 뒤로 덮치는 것을 보고 직원들이 급히 철수한 만큼 만휴정이 불에 탔을 것으로 시는 추정한다. 또 용담사와 묵계서원도 가까운 곳에 있어 함께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본다.

 

용담사는 안동시 길안면 금곡리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소속 사찰이다.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보백당(寶白堂) 김계행이 만년을 보내기 위해 건립한 곳으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져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이날 화재가 시작된 의성시에서는 오후 4시 50분쯤 국가 보물이자 천년 고찰인 의성 고운사가 완전히 소실됐다.

 

고운사가 있는 단촌면에는 오후 3시 20분쯤부터 대피 명령이 발령됐으며, 승려 5∼6명 등 20여 명은 오후 3시 50분쯤부터 대피했다.

 

고운사 안에 소장 중이었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 등 유형문화유산은 이날 오전 경북 각지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발생해 하동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 진화작업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강풍으로 불길이 확산되면서 난항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산청군은 오후 3시 30분쯤 시천면 동당·삼당·신촌·보안 등 4개 마을 주민에게 '인근 주민과 등산객은 안전한 곳으로 즉시 대피 바랍니다'라는 긴급 재난 문자를 보냈다.

 

하동군은 이날 오후 4시 25분쯤 옥종면 안계·가종·숲촌·고암·위태·갈성·두양·두방·종화 등 9개 마을 주민에게 '강한 바람으로 인해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니 지금 즉시 대피 바란다'고 안내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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