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간 한인, 귀화 넘어 정체성 지켜냈다'

2025.03.26 15:53:35

한국학중앙연구원 '귀화를 넘어서' 발간
송영화 저자, 디지털 인문학 결합한 입체적 역사 분석

 

20세기 초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의 생존 전략과 정체성을 조명한 연구서가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귀화를 넘어서: 러시아로 간 한인 이야기'를 최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러시아로 건너간 한인들이 선택한 귀화의 역사적 의미와 그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단순한 국적 변경이 아닌, 생존을 위한 능동적 선택이자 전략이었다는 시각에서 접근한다.

 

송영화 저자는 러시아 이주 한인들이 고국의 식민화와 현지 적응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법적 지위, 경제 기반, 사회적 연대를 확보해 간 과정을 방대한 사료를 통해 추적했다.

 

특히 귀화를 단순한 법적 행위가 아닌 정체성과 실천의 공간으로 바라보며, 기존의 독립운동 중심 서술을 넘어선 입체적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한국, 러시아, 일본 등 3개국의 1차 사료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전체 분량 중 약 20퍼센트는 미주와 출처로 구성될 만큼, 연구의 토대가 탄탄하다. 일본 외무성 문서, 러시아 국립문서보관소 자료 등이 주요 출처다.

 

저자는 기존 연구들이 민족주의 시각에 집중한 데 반해, 이 책은 한인의 국적, 정체성, 생존 전략을 초국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국적을 고정된 신분이 아닌 시대에 따라 변동하는 유동적 개념으로 보고, 한인들이 수동적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 주체였음을 강조한다.

 

송 저자는 “러시아로 간 한인들은 차별과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의 방식으로 정체성과 삶을 지켜냈다”며 “그들의 선택은 오늘날 이주, 국적 문제에도 통찰을 준다”고 밝혔다.

 

이 책은 또한 국가 경계를 넘나들며 정착, 동화, 저항을 반복한 한인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이주민 문제와 연결되는 구조적 고민을 던진다. 저자 송영화는 성균관대에서 러시아 한인 이주사를 연구하며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신진 역사학자다.


그는 두 켤레의 짚신을 신은 디지털 인문학자로 불리며, 역사 연구와 IT 기술을 접목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러시아 국립극동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 지적도’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고, 조선인거류민회의 친일 행적도 심층 분석한 바 있다.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인 송 저자는 웹 기반 이주사 시각화 플랫폼 히스넷뷰를 운영하며 디지털 인문학 현장에서 개발자이자 연구자로 활약하고 있다.

 

'귀화를 넘어서'는 과거 러시아 이주 한인의 삶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정체성, 이주, 국적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 경기신문 = 김정기 기자 ]

김정기 기자 papago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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