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자 서울 일대에서 진행된 탄핵 찬반 집회에는 시민들의 엇갈린 반응이 표출됐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의 헌정질서 위반을 이유로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 기각 또는 각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재판관들은 “헌법 수호”를 강조하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진행하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측에서는 탄핵이 결정되자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선고 직후 집회 현장은 국민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감동'과 내란범을 몰아냈다는 '안도감'으로 가득찼다.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주의를 되찾았다"라 외치며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김희성 씨(42)는 "내란수괴 윤 대통령에 대한 즉각 파면을 외치며 집회 현장에서 보낸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박지명 씨(24)는 "헌정을 유린한 윤 대통령이 마침내 그 책임을 지게 됐다"며 "그동안 반성 없는 태도에 분노했는데, 오늘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정의가 이 땅에 실현됐다. 청년층이자 젊은 세대로서 이 순간을 절때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고 후 현장에서는 가수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와 계엄 사태 후 탄핵 촉구 집회의 상징이 됐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몸을 들썩거리며 춤을 췄고,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눈물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비상행동은 선고 직후 집회에서 '내란 수괴 파면 주권자 시민이 승리했다', '내란세력 단죄하여 내란을 끝장내자', '주권자 시민의 힘으로 사회 대개혁 완성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성명을 통해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은 수많은 시민의 희생과 민주항쟁으로 일궈온 헌법과 민주주의의 힘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이 위협한 헌정질서의 허점을 보완하고 내란의 재발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목사 주축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측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탄핵이 인용되자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손을 떠는 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도 했으며, 땅을 주먹으로 치며 대성통곡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특히 헌법재판관들이 탄핵 요건을 하나 하나 읊으면서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등 탄핵을 인용하는 발언이 나올때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탄핵 심판이 모두 완료된 후 하나 둘씩 자리를 뜨는 지지자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기도 했다.
김강희 씨(52)는 "이제 대한민국은 망했다. 종북세력과 주사파에게 정치계와 법조계가 완전히 넘어가버렸다"며 "대한민국을 좌파에게서 구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면 꼭 우리나라를 도와줄 것"이라고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탄핵 선고 후 집회를 주도한 전 목사는 연단에 서서 "대한민국을 북한의 연방제로 넘겨줄 수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아직 국민저항권이 남아있다. 이걸 행사하기 위해 내일 광화문광장으로 3000만 명이 다 모이자"고 발언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지키자"며 옹호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서울 전역에 약 1만 4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약 7500명이 투입됐고, 반경 150m는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진공상태’가 유지됐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