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대행,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철회해야

2025.04.11 06:00:00 13면

대선관리, 경제안정에만 전념하라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회 몫으로 선출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늑장 임명하면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 두 명을 지명했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끼워넣기·알박기 인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중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했을 때,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검토했으나 법조계의 다수의견을 받아들여 포기한 바 있다. 아직도 황당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극우인사인 황교안 전 총리도 하지 않았던 위헌적인 일을 수십년 경력의 관료출신인 한덕수 총리가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상 제한적인 통수권을 행사해야 하는 일시적인 지위에 불과하다. 3달 전 한 대행 스스로 주장했던 입장이다. 당시 한 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임명을 거부하며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정신”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면서 형식적인 임명권까지 거부하던 한 대행이 불과 3개월만에 입장을 뒤집고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하니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한 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는 150명 이라고 판시했다. 200명이 필요한 대통령의 지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권한대행에 불과한 총리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은 위헌이다. 헌법학회의 다수 견해도 권한대행은 소극적·현상유지적 권한만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후보자들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소극적 권한 행사로 이해되지만 대통령 몫의 후보자 지명은 적극적 권한 행사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월권이라는 것이 법조계 다수설이다.

 

법률적 절차적 논란도 심각하지만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을 임명한 것은 더 황당하고 더 심각하다. 이 처장이 누구인가. 윤석열 처가 의혹 관련 소송 대리인으로도 활동했던 윤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내란사건 수사대상이다. 12.3 계엄선포 다음 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인물이다. 회동 직후에 휴대폰도 교체했다. 공수처에 고발되어 조만간 내란 공범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국민을 배반했다’고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이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해 탄핵된지 나흘 만에 탄핵당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을 더구나 공수처 조사가 예정되어 있는 사람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것은 ‘국민을 배반’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 대행은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나 총리는 책임질 능력이 없는 신분이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신분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책임질 수도 없는 권한 밖의 일을 벌이면서 책임지겠다는 것은 믿을 국민은 없다. 헌법기구의 구성은 6·3 대선에서 선출될 차기 대통령 임명을 통해 완성하는 게 법리와 순리에 맞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국정은 수습되기 보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민심은 스스로 안정을 되찾고 있으나, 오히려 한 권한대행 등 국무위원들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 권한대행 체제가 대통령 놀이에 빠져 있어서야 되겠는가.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고 국정안정에만 몰두하길 바란다. 

 

한 권한대행 체제의 남은 임무는 두 가지다. 6.3 대통령선거의 안정적 관리와 경제안정이다. 특히 미국발 관세폭탄으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하고, 실물경제 또한 극심한 내수위축으로 모든 경제상황이 풍전등화다.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이 두 가지의 임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사회 현안과 중장기적 국가과제는 6월 4일 들어서는 새 정부에 맡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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