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김동연 후보와 김경수 후보는 결국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27일 김동연 후보는 12일 동안 진행된 경선을 마무리한 결과 최종 6.87%를 득표하며 2위에 올랐고, 김경수 후보는 3.36%를 얻으며 3위에 머물렀다.
두 후보 합쳐도 10.23% 득표에 그친 것으로 친명(친이재명)계의 압도적인 기세 속에 한층 좁아진 비명(비이재명)계의 입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성적표다.
다만 이들이 이처럼 각각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음에도 이 후보 독주 체제가 공고해 ‘사실상 추대’라고 평가받은 경선이었던 만큼 이번 경선 결과가 김동연 후보와 김경수 후보의 정치적 경력에 상처를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성 속에 대선 도전만 세 번째인 이재명 후보와 비교하면 이들이 대권 행보를 준비할 기간이 짧았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2022년 3·9 대선에서 새로운물결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했던 김동연 후보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은혜 의원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따내며 어엿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김경수 후보는 ‘드루킹’ 일당과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느라 정치적 공백기를 보냈고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에는 영국과 독일에서 유학하며 내실을 쌓았다.
12·3 비상계엄 당시 김동연 후보는 행정안전부의 도청 폐쇄 명령을 거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급거 귀국한 김경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이후에 단식농성을 이끌며 광장을 선점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 모두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 국면을 거치며 나름대로 기반을 다진 데다 김동연 후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김경수 후보는 대통령실과 국회, 지방정부에서 정치적 역량을 쌓은 만큼 이번 패배에도 추후 당내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은 당장 눈앞에 닥친 대선 본선에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경선이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진흙탕 싸움도 벌어지지 않은 만큼 두 사람이 이 후보를 돕기에 껄끄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선출된 이 후보를 외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두 사람 모두 압도적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만큼 이 후보를 돕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다만 김동연 후보는 현직 지자체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기 때문에 선거 캠페인 전면에 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김경수 후보는 가장 앞에 나서서 이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 이후의 이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우선 김동연 후보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다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경기도정을 살피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앙 정치 무대에서 공간이 생기면 언제든 전면에 나서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김경수 후보에 대해서는 대선 직후 있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벌써 회자한다.
혹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등에 출마, 선거 승리를 통해 ‘정치적 사면’을 이뤄낸 뒤 다음 행보를 구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동연 후보, 김경수 후보 양측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이번이 아닌 다음 대선에 도전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번 경선에서 드러났듯 당내 지형이 친명(친이재명)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로 불리는 이들이 활동공간을 넓히기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저런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전당대회 득표율이 너무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오히려 이 대표 견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만 증명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