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의 소리는 한때 전쟁을 지휘했고 지금은 마음을 다독인다. 그 장엄한 울림의 변화를 담은 전시가 파주에서 시작됐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위치한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이 기획전 '쇠를 울려라!-공과 심벌즈의 세계'를 열고 명상과 치유의 악기로 떠오른 동제(銅製) 타악기의 세계를 소개한다.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한국을 비롯해 터키, 중국,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공 19점과 심벌즈 18점, 체험용 악기 8점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진열에 그치지 않고 악기의 구조나 음향 차이를 직접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또 징과 꽹과리, 싱잉볼, 공(Gong), 심벌즈 등 쇠로 만든 원형 타악기 4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형태나 재질에 따라 소리의 성격이 달라지는 이 악기들은 전쟁과 제의의 도구에서 현대인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악기로 그 쓰임새가 변화해왔다.
평평한 공은 여러 음역대를 동시에 울리며 풍성한 울림을 주고 중앙이 볼록한 동남아식 공은 또렷한 음색과 명확한 음높이 구분이 특징이다. 심벌즈는 돌출부의 크기와 재질에 따라 여운과 질감이 달라지며, 이런 미묘한 차이를 관람객이 직접 들어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윈루오(云锣), 망루오(Mangluó), 콩웡(Khong Wong), 챙챙(Cheng Ceng) 등 지역별로 독특하게 진화한 변형 악기도 다채롭다. 여러 개의 공으로 구성돼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거나 동물 형상을 본뜬 독특한 형태는 전시의 흥미를 더한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인도네시아의 금속 타악 앙상블 '가믈란(Gamelan)' 합주 체험은 8월 8일과 9일 이틀간 진행된다. 공을 중심으로 구성된 가믈란은 공동체 교육과 심리치료 효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악이다.
이영진 관장은 "공과 심벌즈는 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신성한 힘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부와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며 "5천 년이라는 오랜 역사에서 세상을 뒤흔들기도 하고 내면을 치유하기도 했던 소리의 신비가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라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