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평창 하오개서 마주한 생명의 풍경

2025.05.15 14:47:14 10면

2025 권용택 개인전 -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어느날 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예술공간 아름이 기획한 2025 권용택 개인전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평창 백석산 자락 하오개 그림터에서의 삶과 작업을 담았다.

 

권용택 작가는 오랜 시간 현실 참여 미술을 해오다, 조용히 자연 가까이서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에 평창 백석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수원을 떠나 하오개 그림터에서 보낸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흐름에서 벗어나 작업을 찬찬히 바라보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작업의 방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작업의 시작은 돌이었다. 백석산을 오르내리던 길, 무심코 채인 돌 하나가 눈길을 끌었고, 그는 그 돌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 주변에는 지금도 수백 개의 돌이 쌓여 있다. 산책을 하며 매번 돌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돌이 있으면 가져와 작업한다.

 

전시서 어떤 돌은 그대로 세워지거나 판넬에 고정되고, 어떤 돌은 공중에 매달려 중력과 무중력 사이의 감각을 전달한다. 작가는 돌이 공중에 매달리는 설치를 통해, 무거운 물체가 공간 속에서 뜰 수 있다는 물리적 반전을 전달한다.

 

권 작가는 복잡한 해석보다, 전시 공간 속에서 관람자가 직접 보고 느끼며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날 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말처럼, 작업은 그저 돌을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산책 중 수없이 마주치는 돌들 가운데, 유독 눈에 머무는 돌이 있다면 그 돌을 집어와 그림을 그린다. 의미를 먼저 설정하기보다, 시선이 머문 돌 위에 풍경을 얹는 방식이다.

 

 

캔버스 작업은 또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수묵으로 바탕을 다지고, 그 위에 아크릴이나 유화를 덧입히는 방식이다. 작가는 지나간 삶과 역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 기법을 활용해왔다. 덧입히는 층위마다 시간과 감정이 얽히며 화면은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풍경이 된다.

 

 

권 작가의 작업에는 종이비행기, 새, 계절과 같은 상징이 자주 등장한다. 종이비행기는 직접 날 수 없는 마음을 대신해 띄워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작은 종이 한 장에 희망과 소망을 실어 보낸다. 새는 좌우 날개의 균형에서 비롯된 이미지로, 무게감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존재다. 작가는 살아가는 데 있어 좌우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계절이 동시에 담긴 화면은 기억의 단편 속에 시간이 겹쳐지는 감각을 표현한 것으로, 봄과 가을, 여름과 겨울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하며 하나의 기억처럼 구성된다.

 

 

자연과의 관계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다. 그는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관계를 그린다고 말한다. 하오개 그림터 주변에서 마주한 산양, 수달, 고라니 같은 생명들은 단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숨 쉬는 존재들로 다가왔다. 그의 그림 속 자연은 조용하지만 명확하게 그 관계를 증명한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예술공간 아름, UZ에서 열린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류초원 기자 chow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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