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CEO 장기 연임, 주주 평가 절차 강화”…지배구조 개혁 ‘2라운드’ 돌입

2025.05.27 13:51:21 5면

절차적 투명성 넘어 실질적 정당성 확보해야
“CEO와 이사회의 동반 연임 구조 개선 필요”

 

금융감독원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에 착수한다. 지난해 말 도입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일정 성과를 냈지만, 실질적인 거버넌스 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은행·중소금융 부문 부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CEO 선임과 연임 절차가 형식적 틀은 갖췄지만, 금융소비자와 주주, 시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 정당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라며 새로운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 ‘장기 연임’ CEO에 주총 특별결의 검토…이사 임기 다양화도

 

금감원이 제시한 보완 방안은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 조기 가동 ▲장기 연임 CEO 검증 절차 강화 ▲외부 기관 활용 확대 ▲디지털 거버넌스 원칙 반영 ▲이사회 내 소통 채널 확대 등이다.

 

특히 CEO의 장기 연임과 관련해,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현재 일부 금융지주만 3연임 시 특별결의를 거치고 있으나, 이 제도를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해 CEO 장기 집권에 대한 주주의 실질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CEO와 이사진이 동시에 장기 재임하면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사 적정 임기 정책’ 도입도 함께 추진한다. 시차임기제, 임기 차등 부여, 이사 역량진단 평가 연계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김 부원장은 “경영진이 특정 인사를 사외이사로 장기간 유지할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외부 기관 평가 도입·디지털 거버넌스 강화

 

금감원은 CEO나 사외이사 후보군의 평가 과정에도 외부 기관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자기평가나 동료 평가 위주의 주관적 방식이 일반적이며, 객관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OECD 등 국제기구가 제시한 외부 평가 기준을 분석해 은행권과 공유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실을 반영해, AI·데이터 기반 업무에 대한 이사회 관리 체계(디지털 거버넌스)를 모범관행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디지털 거버넌스는 디지털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알고리즘 투명성과 같은 공공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 “지배구조 개선은 규정보다 문화…지속적 논의 필요”

 

김 부원장은 지배구조 개혁이 단기적 제도 개선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률로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금융권 각사가 자율적으로 조직문화와 내부 기준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4개 테마, 30개 핵심 원칙으로 구성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이후 은행권은 CEO 승계 절차 개선,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확대, 사외이사 평가 체계 정비 등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특히 CEO 승계 절차는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개시’ 규정을 모든 은행이 내규에 반영했고, 일부 은행은 단계별 검토 기간까지 명시하며 절차적 공정성을 높였다. 사외이사 지원 조직도 CEO 산하가 아닌 이사회 직속으로 독립성을 강화했고, 금융연수원과의 협력을 통해 이사 교육도 체계화했다.

 

금감원은 2023년부터 현재까지 이사회와 총 52회에 걸친 정례 간담회를 통해 지배구조,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 왔다고 밝혔다.


◇ “정권 따라 CEO 흔들기 우려? 제도 정착이 관건”

 

최근 대선을 앞두고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정권 교체 후 은행권 CEO 교체 외풍’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부원장은 “지난 3년간 선임·연임 절차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운영됐으며, 제도화된 지배구조 틀이 자리 잡고 있다”며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면 외풍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금융권과의 긴밀한 논의를 바탕으로 CEO 장기 연임, 이사회 독립성, 디지털 전환 등 지배구조의 본질적 개혁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mo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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