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약자 안전’ 일죽목욕탕을 주목한다

2025.06.02 06:00:00 13면

대기업 등 참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 확산되길

경기도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지난달 29일 경기도청 누리집 도정자료실에 공개했다. 전국 어디서든 참고·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대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안성시 일죽면의 일죽목욕탕이다. 이 목욕탕은 1997년 개업한 안성시 일죽목욕탕을 리모델링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추진하고 있는 ‘2024년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글로벌 광고 회사 이노션이 참여했다.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인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안성시 등도 함께 했다.

 

일죽목욕탕은 27년째 리모델링 없이 운영돼 온 낡은 대중목욕탕이다. 이 목욕탕을 전면 리모델링해 새로운 공간으로 선보인 것이다. 대중목욕탕은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위생·건강을 관리하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다. 그러나 노후한 대중목욕탕이 많아 ‘낡고 불편한 곳’이라는 인식 또한 병존하고 있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역 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이용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문을 닫은 곳이 늘어났다. 사회적 관심도는 낮아졌다.

 

행정안전부의 목욕장업 현황 자료를 보면 2003년엔 전국에 약 1만 개에 가까운 목욕탕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4년도부터 목욕탕 폐업 건수가 인허가 수보다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4년 3월 8795개였지만 2023년 1월엔 4350개로 크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급증하는 노년층에게는 건강관리와 사회적 연결공간으로서 여전히 대중목욕탕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프로젝트는 고령층이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한 목욕 환경을 제공하고 건강한 목욕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과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기관, 지방정부가 함께 추진하는 안전목욕탕의 첫 번째 사업장이 된 일죽목욕탕은 기존 목욕탕의 리모델링을 통해 어린이부터 고령노인에 이르기까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목욕 시설을 개선했다. 목욕탕 내 사망 사고의 주요 원인인 쇼크, 화상, 익사와 낙상 사고 등 고령층이 겪기 쉬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히 재설계됐다.

 

노인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라커룸 숫자를 큼직하게 새겼으며, 탕 안에는 타박상과 골절을 줄이기 위해 구조물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없앴다.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 SOS 호출 버튼도 설치했다. 건강 상태에 맞춘 안전 목욕법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얼굴 인식 키오스크를 설치 했다. 이 장치는 얼굴 스캐닝을 통해 체온과 호흡수, 스트레스 정도 등의 생체 정보를 수집한 다음 그에 맞는 휴식, 반신욕 등의 목욕법을 알려준다. 목욕탕 내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인 열실신(급격한 체온 변화로 혈압이 급변하면서 일어나는 온열질환, 심한 경우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유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고령층이 겪기 쉬운 안전사고 예방과 지역 내 건강 돌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건강리더 양성 및 건강 돌봄 조직화 교육 ▲목욕탕 개보수 및 안전백서 의료자문 ▲지역주민 심혈관 건강검진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후에도 지역 주민 대상 건강관리 실천을 위한 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올바른 목욕법 관련 가이드북을 배포하며, 안전목욕탕 관련 다큐멘터리 송출 등 안전 목욕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관계자의 말처럼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경제조직과 기업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임에 틀림없다. 특히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특화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라져가는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이 사업이 확대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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